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주언 Jul 27. 2021

'우리'가 아닌 '나' -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1)

집단주의(collectivism)와 개인주의(individualism


“드디어 애국가가 대한민국의 태극기와 함께 이곳 도쿄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태극전사들 대견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    

 

필자에게 있어 2020 도쿄올림픽은 생애 열 번째를 맞이하는 올림픽이다. 어렸을 때부터 TV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을 시청하면서 ‘대한민국이니까,’ ‘우리나라 국가대표선수니까’ 응원해 왔다. 인기·비인기 종목을 가리지 않고, 결승전에서 승리를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건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이니까,’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니까’ 함께 공감하고 기뻐했을 뿐이다.  

    

하계·동계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세계 스포츠 대회가 개최되면 각종 미디어에서는 하나같이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을 전쟁터에 나간 전사(戰士)로 묘사하며, ‘우리’를 강조한다. 그리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국위선양’을 했다며 해당 뉴스를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그런데 솔직해져 보자. 세계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순수하게 ‘국위선양’을 위해 대회에 출전했을까? 혹시 국가대표 선수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둬 국위선양을 해야 한다고 우리가 강요했던 것은 아닐까?      

결승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 한 성적을 받을 경우 패잔병(敗殘兵)에 비유하며, 엄청난 훈련을 견뎌 낸 국가대표 선수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모습도 적지 않다.       


국가간 문화 연구(cultural difference)를 오랫동안 진행해 왔던 미시건 대학교의 니스벳(Richard E. Nisbett) 교수는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동양(Asians) 문화는 집단주의(collectivism) 성향이 강하며, 서양(Westerners) 문화는 개인주의(individualism)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동양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맥락(content)에 의존해 사고방식이 이루어지는 반면에 서양은 오롯이 자신에게 충실한 사고방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국가대표 선수와 내가 한 울타리에 있는 ‘우리’이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의 성취가 내 성취이며, 이러한 성취들이 모여 국위선양으로 이어진다고 학습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불과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어떻게 대답했을까?      

“저는 2학년 3반 전주언입니다. 평소에 바쁘지만 주말에는 인자한 아빠와 요리를 잘 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혜성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 전시형과 살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언제나 화목합니다.”     

자기소개가 아니라 가족소개를 한 후 자기소개가 그 뒤를 이었다(물론 현재는 교육시스템의 변화로 학생들이 생각하는 자기개념 역시 상당히 바뀌었다). 오랫동안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아니라 ‘우리가족’이 우선이 되었던 사회 속에서 학습이 되었던 것이다.    

  


취미로 유도를 시작한 이후 이번 올림픽(2020 도쿄 올림픽)처럼 국가대표 유도선수들에게 몰입해 응원한 적도 없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응원했던 박다솔 선수는 8강 진출에 머물렀지만, 안바울 선수와 안창림 선수는 동메달을 거머쥐었다(2021년 7월 27일 현재).      


필자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우리’와 ‘애국심’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나'에게 충실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오롯이 '나'를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도전했기 때문에 국가대표가 될 수 았었고,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었던 것이다.

박다솔 선수 오늘부터 열심히 응원합니다(출처 : 박다솔(@_sol.2222) • Instagram 사진)

금메달을 목에 건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까?

     

“금메달을 목에 거셨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들었나요?”

“이 순간에 오기까지 저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이제 조금 쉬고 싶어요. 그동안 못 먹었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친구들하고 맥주 한잔하면서 신나게 놀고 싶어요. 저 너무 멋지지 않나요? 지금 이 모습 빨리 인스타에 올리고 싶어요.”      


*추가 1: NIsbett이 진행했던 연구들은 지금처럼 정보통신망이 발달하기 이전에 진행되었던 연구들이 대부분이다. 현재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생활화로 국가간 문화차이는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 추가 2: 집단주의(collectivism)와 개인주의(individualism) 중 무엇이 더 옳다 혹은 낫다라고 볼 수 없다. 두 개념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Nisbett, R. E., Peng, K., Choi, I., &Norenzayan, A. (2001). Culture and systems of thought: holistic versus analytic cognition. Psychological review, 108(2), 291.

Nisbett, R. (2004). The geography of thought: How Asians and Westerners think differently... and why. Simon and Schuster.

이전 12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미니멀리스트(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