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와 중고거래 플랫폼
혜린이가 필자에게 미니멀리즘에 대해 연구하자고 제안한 이후 연구조교였던 재영이에게도 함께 연구하자고 제안해 총 세 명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연구주제는 ‘미니멀리스트들이 인식하는 C2C 플랫폼 평가와 효용’이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자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당근마켓(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을 어떻게 평가하고 인식하는지를 도출하는 것이다.
자료 수집에 앞서 우리는 미니멀리스트들을 ‘번잡하고 지저분한 것을 못 참으며(clutter removal), 평소에 충동구매를 하지 않고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며 오래 쓸 수 있는 제품(longevity)을 신중하게 구매하려는(cautious shopping) 소비자’로 개념화했다. 이전 글(https://brunch.co.kr/@police0517/27)에도 밝혔듯이, 이러한 미니멀리스트들은 지속가능한 환경 혹은 사회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간소한 생활을 선택한다.
이렇게 깐깐하고 나만을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은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품을 구매(혹은 판매)하면서 어떤 효용을 기대할까? 이것이 우리의 연구주제다(학술 연구라는 것이 항상 대단한 주제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필자는 아직까지 대단한 연구를 진행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마케팅 조사업체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엠브레인 패널들 중 218명을 선정해 해당 주제를 바탕으로 서베이를 진행했고, 연구결과는 예측한대로 나왔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C2C 플랫폼)을 이용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은 판매자(구매자)와 직접 거래하면서 경제적 효용에만 관심있을 뿐 지속가능한 환경 및 사회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내가 필요로하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또 향후 불필요한 제품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판매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중고거래와 관련된 국내외 문헌들을 살펴보면, 중고거래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쓸모없는 물건을 그냥 처분하지 않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해 지속가능한 환경(사회) 유지 및 보존에 참여한다는 일종의 자부심을 경험케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사회적 효용(social benefit)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니멀리스트들은 이러한 사회적 효용보다는 경제적 효용에 관심이 있고 이에 근거해 C2C 플랫폼을 평가하는 것이다.
연구결과만 보면 미니멀리스트들은 지극히 깐깐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연구결과를 보면서 필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자리만 차지하고 나한테는 쓸데없는 몇몇 물건들을 당근마켓에 팔아달라고 아내한테 부탁이나 해볼까?"
아직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학술논문 작성에 참여한 이혜린양과 이재영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둘다 원하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멋진 마케팅 리서쳐가 되기를 기원한다.
전주언, 이혜린, 이재영 (2021), 소비절제 라이프스타일이 중고거래 서비스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2021 대한경영학회 춘계공동국제학술대회, 학술대회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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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 S. W. & K. V. Fernandez & M. R. Hyman(2007), Anti-consumption: An overview and research agenda,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62, 145-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