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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언 Aug 12. 2021

'우리'가 아닌 '나' -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2)

MZ세대들과 절차 공정성


3위안에 들어야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메달을 목에 건 선수에게 박수쳤고, 영웅으로 추대했다. 그 선수가 인격적으로 어떻든 상관없이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그 선수는 국가의 영웅이 될 자격을 갖춘 것이다. 전쟁터에 나간 전사(戰士)가 승리를 이끌고 왔으니 우리는 당연히 그 선수를 영웅이라 불렀던 것이다(https://brunch.co.kr/@police0517/33).     


하지만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은 달랐다. 공정성이 중요한 MZ세대들은 기성세대들과 다르게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전쟁터에 나간 사(戰士) 인식하지 않았고, 해당 종목의 전문 프로 보았다. 그리고 프로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MZ세대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전통 미디어를 대체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고 있는 올림픽 키워드들을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기성세대와 비교했을 때, MZ세대들은 어떤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었는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종합순위 몇 위인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다. 메달을 목에 걸지 않았지만 MZ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열광했고, 그 스토리에 또 다른 스토리가 더해지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연경 선수가 이끈 여자배구,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 다이빙의 우하람 선수, 배드민턴 여자복식조 이소희 선수와 신승찬 선수, 그리고 근대5종의 정진화 선수 관련 소셜 미디어 키워드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아쉬움이 남는 통한의 4위’가 아닌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4위’로 정의할 수 있다.      


필자가 외부 강연에서 MZ세대들이 인식하는 공정성(justice)에 대한 설명을 할 때, 강조했던 부분이 있다. MZ세대들은 자원 배분의 공평성을 강조한 분배 공정성(distribute justice)보다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투명한 절차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MZ세대들이 대한양궁협회에 열광하는 것은 절차 공정성과 무관하지 않다.      


요코하마 참사라 불리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결과만 놓고 보면 MZ세대들이 인식하는 절차 공정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도 4위(출전국은 총 여섯 국가)를 기록했지만 앞선 종목들의 4위와는 그 평가가 확연히 다르다. 단순히 메달을 목에 걸지 못 해서 MZ세대들이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에 분노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절차 공정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았고 이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분노한 것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필자가 이전에 썼듯이, 대부분 MZ세대에 속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을 즐겼고, ‘우리’가 아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전쟁터에 출전한 전사가 아니다.      


P.S. 2020 도쿄 올림픽 여자유도 -52kg에 출전해 패자부활전까지 올랐던 박다솔 선수의 일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는 올림픽을 진심으로 즐겼고, 행복했음에 필자 역시 팬으로 흐뭇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보여준 박다솔 선수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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