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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언 Aug 16. 2021

개츠비는 몰락하지 않았다

스토리텔링과 고전문학


 얼마 전  과거 유명 보이그룹의 한 멤버가 성매매 알선 및 횡령, 상습도박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물론 해당 연예인은 확정 판결문을 받은 후 7일 아내에 항소할 수 있기에 그 추이를 계속 살펴봐야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삶을 꿈꾸었던 XX가 '개츠비'의 운명처럼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했지만, 팬들은 언젠가 XX가 다시 우뚝 설 그날을 학수고대할 것을 다짐한다."(XX 팬들 의 성명문)     


여기까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팩트(fact)다.      


 그런데 여기서 다양한 스토리들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많은 기자들이 해당 연예인을 ‘개츠비(Gastsby)’에 비유하며, 개츠비가 그랬듯이 해당 연예인도 화려함만을 좇다가 몰락했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이다.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찐팬인 필자는 여기서 과연 이러한 비유가 적절한가 까칠한 의문이 들었다.      


‘아니 기자들은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 보기나 한 걸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분한 영화말고, 피츠제럴드의 원작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내러티브(narrative: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마케팅 분야에서는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마케팅 학계에서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주인공(protagonist, character 혹은 actor), 줄거리(plot), 갈등(struggle),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매개체(text 혹은 narration)가 그것이다. 즉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다양한 사건 그리고 인물들과 갈등을 빚는 이야기 전개 속에 극적인 결말에서 논리적이며 개연성있게 끝마치는 형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실제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한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고전문학(the classic literature)의 모티프에 근거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필자가 고전문학 스토리텔링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제작했던 시나리오 자극물(전주언 2015)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가 개발한 향수 브랜드 ‘데이지(Daisy)’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속 여주인공 ‘데이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애플(Apple)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으로 1984년에 매킨토시(Macintosh)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애플은 IBM을 1984 속 빅브라더(Big Brother)에 비유하며 빅브라더에 대항하는 혁명가로 매킨토시를 소개하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타벅스(Starbucks)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이 1851년에 출판한 ‘모비딕(Moby-Dick)’ 속에 등장하는 커피를 사랑하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에 소개되었다.    

       

고전문학은 특유의 영속성과 전통(heritage) 그리고 세련된(sophistication) 특성이 있어서 여전히 지금도 고전문학 콘텐츠를 브랜드에 주입(infusion)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개츠비라는 인물을 통해 제1차 세계대전이후 1920년대 미국 재즈시대의 허영, 황금만능주의, 도덕성 결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물론 해당 작품 속에는 매일  열리는 부유층들의 쾌락적 파티가 주요 장면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장면만으로 양가의 감정을 갖고 있을 개츠비를 연예인 비유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아마 스콧 피츠제럴드는 개츠비가 오로지 쾌락적 파티에 도취되어 문제를 일으킨 그 연예인에 비유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전주언 (2015), 고전문학 모티프가 주입된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 시각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마케팅관리연구, 20(1), 111-132.

전주언 (2016), 고전문학 작품이 주입된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효과: 내러티브 유형과 소비자의 창의성을 중심으로, 마케팅논집, 24(1), 105-124.

Bal, Mieke (1985), Narratology: Introduction to the Theory of Narrative, Toronto: University of Toronto.

Denning, Steve (2005), The Leaders's Guide to Storytelling: Mastering the Art and Discipline of Business Narrative, NJ: Jossey-Bass.

Escalas, Jennifer Edson (2004), "Imagine Yourself in the Product: Mental Simulation, Narrative Transportation, and Persuasion," Journal of Advertising, 33(2), 37-48.

McKee, Robert and Bronwyn Fryer (2003), "Storytelling that Moves People: A Conversation with Screenwriting Coach," Harvard Business Review, 80, 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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