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인플루언서와 불쾌한 골짜기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셀럽이 생일에 뭐하는지 찾아보게 될 줄이야.'
약 두 달 전 동네 호프집에서 연구조교였던 재영이와 맥주 한잔하면서 호프집 티비에 나온 신한라이프 광고를 우연히 접했다.
“재영아. (신한라이프) 광고에서 춤추는 저 모델 누구야?”
“교수님. 전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너는 나이도 젊으면서 저 모델을 몰라?”
기존 연예인들과 다른 모습에 매력을 느낀 필자는 해당 광고에 순간 집중했다. 그리고 너무 궁금한 나머지 내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MZ세대) 재영이는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미리 결론을 내리고 꼰대같은 질문을 해버렸다.
그 날 저녁 재영이를 집에 보낸 후 바로 신한라이프 모델이 누구인지 검색해 보니 그녀는 22살의 ‘오로지’지였다. 부모님은 싸이더스 스튜이오 X며, 직업은 특별히 없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그녀는 한국의 첫 번째 버추얼 인플루언서(Korea's First Virtual Influencer)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오늘(2021년 8월 23일) 자신의 생일(2020년 8월 19일)을 기념하기 위해 태국의 치앙마이에 다녀온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시국에 마스크도 없이 저렇게 자유롭게 다니니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로지(Rozy)는어설프게 인간을 닮아 불쾌감을 증가시킨 골짜기(Uncanny Valley)를 넘어 우리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산업용 로봇은 인간과 전혀 다르기에 해당 로봇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지각하지만 그 로봇이 조금씩 인간과 닮아지면 인간은 해당 로봇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어설프게 닮아지는 순간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불쾌함, uncanny)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그 로봇이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인간과 더욱 유사해 진다면?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긍정적인 감정이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다.
버츄얼 인플루언서와 함께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버츄얼 인플루언서가 있다. SMCU(SM Culture Universe)를 만들고 있는 에스파(aespa)의 아이(ae)들이다.
SMCU의 아이(ae)들은 ‘’인간의 정보를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며, 그(녀)들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AI‘이다. SMCU에서 아이(ae)는 실제 인간(으로부터 만들어진 데이터와 정보)이 있어야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에스파는 ‘Next Level'을 통해 아이(ae)들과 SYNK하기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이 글을 이해하는 당신은 필자처럼 에스파에 입덕했다고 본다).
그런데 로지는?
로지 정체성(identity)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실제 인간(actual human identity)이 없어도 이미 독자적으로 소셜 미디어와 메타버스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에스파의 아이(ae)들은 현실 속 에스파 멤버들이 형성시킨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로지는 철저하게 기획사의 통제 아래에 완벽하게 관리될 수 있다. 에스파 아이(ae)와 로지의 차이점은 바로 그것이다.
1998년 11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 관점에서 봤을 때, 아담은 우리와 아주 멀게 느껴지는 존재였기에 좋고 싫음이 없었다. 하지만 2021년 로지는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우리가 예측했던 미래는 항상 생각보다 일찍 다가온다.
추가1. Mori(2012)가 제안한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사회과학 측면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며, 실증적으로 검증되어야할 이론이다. 하지만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활동하고 있는 지금 불쾌한 골짜기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Mori, M., MacDorman, K. F., &Kageki, N. (2012). The uncanny valley [from the field]. IEEE Robotics &Automation Magazine, 19(2), 98-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