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애태우기 전략(play hard to get)
“녀석아. 넌 얼마나 맛있길래, 나를 이렇게 애태우고 있니. 혼 좀 나야겠다. 그런데 네가 날 감동시키면 난 또 너를 석 달이나 기다려야 하는 거니?”
밤늦은 시간에도 맥심 모카골드 마인드가 갑자기 생각나면, 클릭 한번으로 로켓을 타고 다음 날 새벽에 현관까지 쓱 배송되는 요즘 시대에 무려 석 달이나 기다렸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배타고 오는 것도 아니다.
필자가 거주하는 동네 기준으로 50km 밖에 되지 않은 곳에서 떡볶이 하나가 오는 것뿐인데 석 달이 걸렸다.
물론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세울 거는 없습니다. 정직하게 만들고 싶었고 누구보다 밀키트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산방식은 수제방식입니다. 사람의 손으로 하는 작업이 대부분입니다. 30평 남짓한 공간에서 20여명이 부지런히 만들고 포장을 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마법을 바라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맛’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필자를 이렇게 애태웠던 떡볶이는 파주에 위치한 ‘사과 떡볶이’였다.
네이버 쇼핑에서 사과떡볶이를 결제한 후 정확히 석 달이 걸려 이틀 전에 왔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까지 떡볶이를 먹지 않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오랜 기다림 끝에 받았으니 평소에 먹던 떡볶이와 다르게 더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점. 둘째, 만약 맛있어서 또 먹고 싶으면 석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참 논리적이지 않다.
사과 떡볶이는 일부러 애태운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일부러 애태우기 전략(play hard to get)‘으로 필자를 애태우는데 성공했다.
고객들을 애태우게 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거래장벽 높이기(고가의 가격 정책), 유통망 제한하기, 희소성 강조하기가 그것이다.
사과 떡볶이의 경우 기존의 애태우기 방법과는 다르게 고객이 제품과 만나게 되는 대기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채택했다.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고, 제한된 유통망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희소한 제품도 아니지만 오로지 대기 시간 하나만으로 고객을 애태울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밀키트 특성상 고객이 소비(섭식)함과 동시에 소멸되기 때문에 사과 떡볶이는 많은 고객들을 여전히 애태우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글을 쓰는 지금도 사과 떡볶이를 먹지 않았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며 만난 떡볶이가 필자를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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