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아이 #5
첫째는 영어를 싫어했다.
세 살 적, 미국 사람에게 장난감 자동차를 자랑했다가
"와우~스폴~카~"라는 원어민 발음에 입이 댓발 튀어나왔다.
"스폴카 아니야. 이거 스.포.츠.카.야!!!"
유치원 영어시간에도 혼자 뒤에 멀찍이 앉아서,
40분 내내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영어사람 자기 나라 가라고 해!"
초등학교 3학년,
이제 학교에서도 영어를 배운다.
학교 가서도 삐딱거리면 어쩌나 했더니 웬걸,
너무나 열심히 하는 거다.
"아들, 이제 영어가 재미있어?"
"아니."
"근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해?"
"필리핀 팔라완 섬에 가서 사슴벌레 잡아야 되거든."
첫째의 단짝, 이건율도 거들었다.
"맞아, 나도 나중에 상파울루 가서 장수풍뎅이 잡으려고 영어공부 하는거야."
두 머슴아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니 예전에 들은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한 남자가 새총으로 새를 잡는 일에만 골몰한 나머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다.
다행히 짧은 시간에 많이 호전되어 퇴원을 앞두고 의사와 면담을 가지게 됐다.
의사 : 이제 밖에 나가면 뭘 할 겁니까.
환자 : 일해서 돈 벌어야죠.
의사 : 오, 돈을 벌어서요?
환자 :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결혼도 할 겁니다.
의사 : 오오, 결혼을 하면요?
환자 : 예쁜 아이를 낳아서,
의사 : 오오오, 낳아서?
환자 : 그 애기 기저귀에 고무줄을 빼서 새총을 만들어서 새를 잡을 겁니다.
어쩜 이렇게 일관되게 기-승-전-충일까.
무언가에 미친다는 건 참 멋진 일이야.
그 무언가가 장수풍뎅이든, 사슴벌레든.
글로벌 인재가 되려나,
잠시 기대했지 뭐야.
네 엄마가 미친 꿈을 꾸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