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지용, 향수
시를 좋아하는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읽고 또 읽었으리라
어느 시인의 글귀를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시를 좋아하는 소년은 자라났다
시를 쓰는 청년으로
그는 쓰고 지우고, 또 써냈으리라
시절이 하수상했다
소년이 흠모하던 시인은 펜을 꺾었다
청년은 번민했다
그리고 다시 펜을 들었다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렸다던
육첩방 남의 나라에서
청년은 향수를 느꼈을까
차마 꿈엔들 잊힐 리가 있겠냐던
고향을 생각했을까
꿈엔들 잊히지 않을 그곳을 두고
지독하게 차가운 쇠창살을 마주했던
청년의 향수는
소년이 외던 향수처럼
꿈엔들 잊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