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년, 거기에서 며칠정도 더 빠지는 날이었다. 2호선을 타고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시간이 좀 떴다. 한시간정도 어딘가를 거닐며 시간을 보내면 딱일 것 같았다.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나는 덕수궁을 참 좋아한다. 날좋은 봄날에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 사들고 덕수궁을 거닐 생각이었다. 그 '사건'은 어느덧 내 의식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시청역에서 내렸다. 덕수궁쪽 출구가 어딨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눈에 띄는 출구로 나왔다. 노란 물결이 넘실댔다. 서울광장이었다. 남들이 하는대로 몸을 맡겼다. 줄을 섰다. 헌화를 했다. 향을 피웠다. 묵념을 했다. 노란 리본을 광장 곳곳에 위치한 기둥에 묶어 냈다. 뱉어냈다. 사이사이에 터져나오는 탄식을. 땅이 꺼져라 푹푹 쉬어냈다. 날이 야속하게 맑았다.
배낭에 노란 리본을 묶어 내고 덕수궁을 돌았다. 손에는 블렌디드 딸기음료가 쥐어져 있었지만 별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느끼기가 미안했다. 야속하게 맑았던 날씨처럼, 괜한 상큼함이었다.
오늘도 나는 덕수궁에 갔다. 대한문 앞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그 '사건'이 아니였다면 오늘은 이곳에 있지 않았을텐데. 오늘만큼은 덕수궁에 발걸음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재작년 이맘때 같은 장소에서 느꼈던 그 무력함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선택권이 없다. 지금의 나는 그래야만 하는 사람이다. 어색한 모양새로 우두커니처럼 서성였다.
나쁜 기억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7년전의 일도 떠오른다. 그때도 대한문이었다. 얼빠진 고등학생의 헌화가, 두번의 엎드림이 기억난다. 어느새 이 장소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과 엮여 버렸다.
아직도 비가 추적인다. 장례식장에서 왜 고스톱을 치고 왁자지껄하게 술잔을 기울이는지 알 것도 같다. 때맞춰 음울해진 날씨가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내일은 거짓말같이 날씨가 개면 좋겠다. 이 모든게 꿈이었던 것처럼. 야속할지언정, 파아란 서울광장의 잔디밭에 봄볕이 쨍하게 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