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능력으로 이로운 가치 더하기
풍부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 공감 능력은 인간다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 AI는 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비슷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없다. AI와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그럴싸한 공감의 대답을 하고 특정 상황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AI의 답변은 미리 프로그램된 방식이나 학습에 따라 반응하는 것일 뿐, 인간처럼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공감 능력은 타인의 목소리, 눈빛, 표정, 몸짓, 상황 등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단순한 감정 이입이나 감정의 동화가 아닌 타인의 입장과 상황까지 분석하여 이해할 수 있는,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인 것이다. 인간은 그러한 감정적 교류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존재로 태어난다. 그리고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고려한 공감 능력은 자라면서 다양한 경험과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더욱 발전하게 되는데, 어린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풍부한 감정 표현과 공감 능력을 배우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공감 능력에 대해 떠오르는 경험 하나를 소개하겠다. 몇 년 전 내가 근무했던 유치원의 만 2세 반 친구들 이야기다. 그 유치원은 만 2세 반 친구들이 영어와 국어를 동시에 배우는 곳이었는데, 담임교사가 갑자기 사직하는 바람에 당시 원장이었던 내가 임시 담임을 맡게 됐었다. 반 아이들은 입학한 지 몇 개월 지난 시점이라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몇 개의 단어를 조합하여 이제 제법 대화가 가능한 친구들이었다. 소통이 가능하게 되니 종종 교사인 나에게도 장난치기를 좋아했는데, 어느 날 놀이 시간에 한 남자 친구가 “재끄링 선샌닌 바보!”라며 말을 하고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어린아이들은 새로 배운 말을 사용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시험하려고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크게 반응해 주지 않고 조용히 그 친구에게 쪽으로 가고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친구가 바보라는 말이 재미있었는지 더 큰 소리로 “바보? 선샌닌 바보!”라며 장난을 치는 것이다. 이 아이가 장난을 치니 또 다른 아이가 “바보! 바보!”라며 따라 했다. 아이들의 장난을 중지시키려고 하는 순간, 평소에 조용하던 한 아이가 어쩔 줄 몰라하며 내 얼굴을 안쓰러운 듯 쳐다보더니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말했다. “아냐! 선생님 바보 아냐!” 그러더니 나에게 와서 안기는 것이다. 그때 또 한 친구가 친구들을 향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지 마. 그럼 마음이 아파. 선샌닌 마음 아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주 커다란 존재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어린아이의 공감 능력이 만들어 낸 감동의 순간이었다. 비록 만 2세 친구들이었지만, 이 짧은 상황과 말은 공감 능력이 어떤 것인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직 어리기에 표현은 서툴렀지만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한 말로 중재까지 하는 이 공감 능력은 어떠한 AI도 이겨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 능력인 것이다.
폴리매스 교육은 공감 능력을 통해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이들이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과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가르치고 도와주면 그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꼭 필요한 가치를 더하는 사람들로 자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공감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고, 느끼고, 감동하는 만큼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 공감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하늘도, 바다도, 나무도, 땅도, 꽃도, 강아지도, 사람도 모두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하고, 그 자연을 마음껏 접할 수 있게 하면 아이들은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감동할 수 있게 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고 감동할 수도 있고, 들판에 핀 수수한 작은 꽃의 아름다움에도 감동할 수 있다. 가을날 가족과 함께 한 캠핑에서 모닥불을 보며 감동할 수도 있고, 귀여운 강아지와의 교감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감동할 수도 있다. 언젠가 캐나다에 사는 후배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매일 45분씩 야외 놀이를 해서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후배에게 ‘야외 놀이를 하면서 아이가 얼마나 감동을 많이 했을까’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감동은 다양한 감정으로 확장되어 아이들 마음속에 저장된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동을 해본 경험이 많아지면 감정이 풍부하고 깊어져서 타인의 감정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공감 능력은 아이들이 앞으로 사회적 존재로서 성숙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돕는 중요한 자질이며, 자연에서의 감동적인 경험은 그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자양분이 된다. 두 살배기 어린이의 공감 능력이 몇 년 후에도 마음에 남아 감동을 주는 것을 보면 공감 능력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크고 가치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커버 이미지는 AI를 이용하여 생성하였다. GhatGPT 4.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