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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 수 있는 이유

일상

by San

요즘 주중에는 해가 뜨기 전에 운동을 간다.


아파트 주차장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자동차들도 아직은 조용히 잠든 시간. 고요한 새벽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조심조심 자전거에 올라타 헬스장으로 향한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맞으니 잠이 확 달아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차갑기만 하던 공기가 땀을 말려주는 시원함으로 바뀌고, 매일 하는 경험인데도 매일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맛에 운동하지!’


이른 새벽의 어둠이 밀려나고 밖이 밝아지면 사람들도 차들도 하나 둘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하얀 아우디 한대가 복잡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는 지 내 앞길을 막고 천천히 움직였다. 페달에 발만 올리고 앞질러 갈 수 있는 옆 길이 트일 때까지 슬슬 따라가고 있었다. 그 때 눈에 띄는 번호판 위의 새똥 한 무더기.


‘ㅋㅋㅋ’

소리내어 웃지는 않았지만 웃음이 났다.


한 순간, 새가 부러워지는 건 왜 였을까? 시커먼 먼지로 뒤덮인 화물차 위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새하얀 고급 세단 위에도, 가끔은 작은 내 자전거 위에도 똥을 누고 가는 새가.


‘새는 그래서 가볍게 날 수 있는 걸까.’

나는 언제쯤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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