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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7월~9월

[리뷰]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다

by 김인철


마침내 공기 번데기의 '리틀피플'은 세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1Q84년'의 세계로 나왔다. 그 까맣고 어둡던 세계의 달은 두 개가 되었다. 4월에서 9월까지, 서로를 잊지 못하던 덴고와 아오마메의 극적인 만남은 1Q84년의 12월쯤이겠지. 그러나 솔직히 덴고와 아오마메의 견우와 직녀 같은 이별 이야기는 이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의 가장 큰 판타지다. 어릴 적 짧았던 단 한 번의 인연으로 평생을 서로를 그리워하며 산다는 건, 게다가 상대를 위하여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버린다는 건 판타지다.

상실되어지다.

열일곱 살 소녀인 후카에리는 신비한 소녀다. 공기 번데기는 그녀가 지어낸 소설이면서도 그 소설 속에서 실제하는 세계다. 퍼시버와 리시버. 마더와 도터. 자신이자 분신. 그녀는 사랑스럽지만 결국 그녀의 아버지나 덴고의 연상의 여인처럼 조만간 이 세계에서 상실될 것이다. 잠이든 그녀의 입에서 기어 나온 '리틀피플'들에게.

완벽함

인간은 완벽한 존재일까? 지구에서 언제나 기준을 정하는 건 사자나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겠지만 사실 완벽함은 없다. 극과극은 통한다고 완벽함은 공백이자 허무함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한계를 부정하고 완벽함을 착각하는 이들은 있다. 그들로 인해 세계의 발전은 얼핏 풍성해 보이지만 실상은 퇴보 중이다. 내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믿지만 역사의 발전은 믿지 못하는 이유다.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알 리 없는 '플라톤'이나 '공자'는 여전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으니까.

공백

요즘은 '공백'에 집착 중이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의 이동. 공백과 공백. 한쪽은 무언가로 가득 찬 공백이지만 다른 한쪽은 완전한 공백이다. 사람들은 그걸 죽음이라고 한다. 사람들 속에서 한순간 '공백'으로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알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엔 항상 결핍이 있다. 부족한 것들이 항상 갈증과 결핍을 부르지만 한두 가지 사항만 빼면 무엇이 공백 인지도 모르는 데서 오는 답답함이다. 안다는 게 중요하다. 내게 결핍된 게 무엇인지를 안다는 건, 굳이 그것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니까.

설명을 듣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설명을 들어도 모른다는 말처럼


설명을 하거나 들어야 할게 너무 많아진 세상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사는 건 사실 굉장히 피곤하다. 나같이 예민하고 단순한(?) 사람에겐. 곧 있으면 7월, 아니 벌써 7월이다. 이제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볕 아래 무더위는 갈수록 충만해지겠지. 볼을 스쳐도 시원하지 않을 바람과 함께. 이런 건 굳이 설명을 듣지 안하도 되니까 좋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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