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회색 거미줄

by 김인철


2004년 10월, 월간 스토리문학 이달의 작품

2018년 02월 20일 개정


1.


거미줄에 묶여 있었다. 온몸이 거미줄에 꽁꽁 묶인 채 꼼짝 할 수가 없었다. 빠져 나가려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거미줄은 더욱더 나를 꽁꽁 옥죄여 왔다. 발밑에서는 거대한 거미 한 마리가 서서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놈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거미줄이 얽히고설킨 채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곳곳에 머리나 팔 다리가 잘려진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주위는 온통 캄캄했다. 놈이 더듬이를 비빌 때 마다 쉿~ 거리는 음산한 소리만 이 어둡고 음산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놈은 점점 나를 향해서 다가 왔다. 나의 두 눈은 극한의 공포로 물들었다. 심장은 살고 싶다는 의지로 더욱 세차게 두근거렸다. 놈이 마침내 나를 집어 삼켜 버렸다.

“안 돼.”

꿈이었다. 다행이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유림이가 놀란 듯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기야, 또 거미 꿈이야?”

“응.”

며칠 전부터 같은 악몽에 시달렸다. 지난 금요일 용진이의 장례식을 다녀 온 후 부터였다. 용진이는 대기업 과장으로 동기 중에서 가장 잘 나가던 친구였다. 아직 아이는 없었지만 부부관계도 좋았고 곧 있으면 차장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녀석이었다. 용진이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 한 동안 충격을 받았다. 그게 무의식 중 꿈으로 나타난 모양이다. 녀석은 유서 한 장 없이 십오 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버렸다. 죽기 몇 일전 스쳐가는 듯이 술 한 잔 하자던 말이 떠올랐다. 그날 야근 때문에 다음에 만나자고 했던 게 중학교 친구였던 용진이와의 마지막 대화가 되어 버렸다.

“자식! 평소엔 그렇게 밝은 척 하더니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어머, 자기야, 이 식은 땀 좀 봐! 요즘 통 식사도 못하고 잠도 설치는데 회사에 무슨 일 있어? 오후에 조퇴하고 병원에 가봐?”

유림이가 걱정스러운 듯 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요즘 용진이 일도 그렇고 회사 프로젝트 마무리 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래. 이번 프로젝트만 잘 마무리 하면 당분간 휴가 좀 낼 거야?”

“아침 준비 다 됐어. 정신 좀 맑아지게 찬물로 씻고 나와.”

주방 한 켠 흰 테이블보가 덥힌 식탁위엔 멸치조림과 계란말이 시금치 그리고 며칠전 어머니가 택배로 보내주신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놓여있었다. 젓갈이 들어간 김치는 아삭했다. 무와 콩나물이 들어간 맑은 북엇국은 칼칼했다.

“오늘 프로젝트 시안 마무리 건으로 거래처 부장 만나면 좀 늦을 거야.”

“알았어. 잘 다녀와.”

“다녀올게.”

”참 자기야.”

현관을 막 나서려는데 유림이 나를 불렀다.

”내일 자기 동생 면회 가는 날인 거 알지? 당일로 다녀오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 되니까 오늘은 술 많이 마시면 안 돼.”

“아, 그랬지. 깜빡 잊고 있었네.”


2.


지난 설에 한 번 면회를 다녀온 후로 한 번도 녀석을 찾아보지 못했다. 병원이 김제변두리에 있어서 한번 다녀오려면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회사 일 때문에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 부안에 계신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씩 동생 면회를 다녀오셨다. 병원에 다녀오시는 날 저녁이면 꼭 전화를 하셨다. 삼 년을 넘게 입원해 있으면 이제 익숙해지실 법도 한데 어머니는 꼭 그날만은 어린아이처럼 수화기를 대고 울먹이셨다.

“진수는 어때요?”

“응, 그냥 그래? 의사 선생님이 환청은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셨어. 이번엔 통닭 사오라고 해서, 사가지고 갔는데 먹지도 않고 언제 퇴원시켜 줄 거냐고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성질만 부리더라. 그래서 얼굴만 잠깐 보고 그냥 왔다. 불쌍한 것 어쩌다 그런 몹쓸 병에 걸려가지고.”

어머니는 그날 저녁에도 한참을 수화기 앞에서 흐느끼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아무런 위로의 말도 전하지 못했다. 회사 일로 쫓기다 보면 녀석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러다가도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리거나 거리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녀석의 표정 없는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치질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면서 수술비 좀 보태 달라고 너스레를 떨던 기억도 떠올랐다. 진수는 나와 달리 어릴 땐 웃음도 많았고 장난 끼도 많았다. 공부도 잘했다. 커서는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도 품었다. 하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녀석의 얼굴엔 기쁘거나 슬픈 감정들이 사라졌다. 그렇게 오년 정도 사회생활을 했다. 그동안 회사를 세 번 옮겼고 한번 깊은 연애를 했다. 친구에게 속아 육 개월 간 다단계에도 빠졌었다.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자살시도로 몸에 불을 질렀다.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그녀의 부모는 진수 때문이라며 수차례 우리 집을 찾아왔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총기로 가득하던 눈의 초점도 점점 흐려졌다. 밝은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진수의 발병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삼년 전이다.

“따르릉”

“누구세요?”

“야 임마, 너 어떻게 된 거야?”

“어, 형이야?”

“며칠 째 전화도 안 받고 저번에 수술한다고 빌려간 돈은 언제 갚을 거야? 이게 도대체 몇 번째냐?”

“알았어, 곧 갚을게, 근데 형, 누가 형 찾지 않았어?”

“아니, 그런 적 없어, 누가 날 찾는다고 그래?”

“그래? 그럼 앞으로, 텔레비전 조심해, 그놈이 조만간 도끼 들고 형 찾아 갈 거야.”

“뭐라고? 임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알았다니까, 그래도 방송국에서 찾아오면 나 없다고 해야 돼.”

“야 임마, 너 정말 미쳤어?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아나운서가 그랬어, 형이랑 엄마랑 가만 안 둔다고 그러니까 빨리 텔레비전 부숴버려!”

“어? 이 자식이 점점”

그 순간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3.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했다. 오전이라 그런지 경부고속도로는 한산했다. 바둑판처럼 생긴 넓은 들판이 차창 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졌다. 전봇대에 앉아있던 새들이 무언가에 놀란듯 일렬로 날아올랐다. 유림이는 오랜만의 교외 나들이라 그런지 다소 기분이 들뜬 모습이다.

“현수씨, 오랜만에 바깥바람 쐬니까, 정말 좋다!”

“그러게. 날씨도 좋고. 하늘도 투명하네.”

"부안 집부터 먼저 들를 거지?"

유림이가 휴게소에서 산 김밥 한쪽을 내 입에 밀어 넣으며 물었다.

“어머니 모시고 가려면 그래야지. 진수한테 가지고 갈 음식도 준비 해 놓으셨다고 하니까. 근데 지난번에 다치신 다리가 더 안 좋아 지신 것 같아.”

부안 집에서 김제에 있는 미래병원까지는 자동차로 사십분 정도 걸렸다. 먼지를 일으키던 이차선 도로는 마을 앞까지 아스팔트로 깔려 있다. 현수가 녹이 슨 철문 손잡이를 옆으로 밀자 문에서 끼이익 소리가 났다. 안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유림이가 먼저 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다. 마당은 며칠 동안 비가 내렸었는지 질퍽질퍽했다. 털이 북실한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반갑다고 짖어댔다. 작년까지 키우다가 어머니에게 보낸 강아지 머루였다. 밖에서 인기척이 나는 소리를 들었는지 방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나오셨다. 어머니는 벌써 면회 갈 채비를 다 하신 모양이다.

“현수 왔냐?”

“네, 어머니, 저희들 왔어요.”

“오냐,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고생은요, 다리는 좀 어떠세요?”

“그냥 저냥 견딜만하다, 진수한테 너도 내려 온다고 전화 해 뒀다. 진수 지금쯤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출발 하자.”


4.


미래병원은 김제 시내에서 좀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시내를 벗어나 한 십여 분쯤 더 차를 몰았을까, 검은 차양이 넓게 드리워진 인삼밭이 나타났다. 연이어 논과 밭 사이에 들어 서있는 회색 건물 하나가 현수와 유림이의 눈에 들어왔다. 건물 벽 사이사이 난 창에는 굵은 쇠창살이 쳐져 있어 흡사 교도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창 너머로 누군가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차장이 꽉 차 있는 걸로 봐서 오늘이 면회 하는 날인 모양이었다. 1층 접수창구에서 면회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데 웬 노부부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어머니가 일어서더니 그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신다.

“어머나 이게 누구세요, 지난달에도 뵈었는데 그새 또 오셨네요?”

“그라요, 다 늙어서 할 일도 별로 없는데 아들놈이라도 자주 찾아 봐야지 않겄소.

거기도 막내아들 면회 오셨는갑소? 그라고, 이분들은 아들 내외인가비? 참말로 듬직하게 생겼구만이라.”

“아, 안녕 하세요.”

유림이와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며 노부부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랴, 거그 막내아들은 좀 어떻소?”

“자꾸 퇴원시켜 달라고 하는데, 의사 선생님은 좀 더 두고 보자고 하네요.”

“오죽 답답하면 그러겄소, 아, 일반 병원도 일주일만 지나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일턴디 한 달도 아니고 몇 년씩이나 갇혀 있을라믄 그것이 사람 더 아프게 만드는 것이지라.”

“그래도 어쩌겠어요, 다 저 하나 살려 보자고 하는 것인데...”

노부부가 먼저 자리를 뜨더니 면회실로 올라갔다.

“아는 분이세요?”

유림이가 궁금한 듯 어머니에게 물었다.

“응, 저 집도 막내아들이 이곳에 입원해 있는데 벌써 삼십년도 넘었다고 하더라. 한 일 년 잘 치료 받길래 퇴원 시켰는데 육 개월도 못 돼 다시 재발해서 들어오더니 그 뒤로 서너 번을 더 그러다가 이젠 아예 이곳이 집이려니 하고 체념하셨다지 뭐냐.”

어머니는 남의 일이 아닌듯 길게 한 숨을 내쉬며 말씀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예전에 한두 번 뵌 것 같기도 했다.

오후 한시, 점심시간이 끝나고 담당 의사를 찾았다.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의사 선생님은 안경을 썼고 풍채가 제법 좋았다. 환자의 차트를 보고 있던 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맞았다.

“선생님, 우리 진수 좀 어때요? 언제쯤 퇴원 할 수 있을까요?”

진수는 작년에 퇴원하고 발작이 두 번 있었다. 퇴원하고 육 개월쯤 지나서였을까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머니셨다.

“진수 오늘 아침에 다시 미래병원에 입원시켰다.”

목소리가 몹시 떨렸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

“진정하시고 말씀해 보세요.”

“어제 저녁밥 먹고 약 먹으라고 했더니, 안 먹겠다고 그래서 억지로 약을 먹이려고 했더니, 이 자식이 눈이 뒤집혀 가지고 머리채를 쥐어뜯고 이년 저년 하면서, 생난리를 펴더라. 그대로 있다간 무슨 큰 일이라도 낼 것 같아서 더럭 겁이 나서 입원시켰다.”

어머니는 목이 메이는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셨다.

“울지 마세요. 내일 내려갈게요.”

환자들이 한 번씩 발작을 일으킬 때 마다 그 노부부의 아들처럼 입원 기간은 두 세배씩 더 길어진다고 했다.

“아드님이 워낙에 내성적인 성격이라 병실 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지는 않지만, 가끔씩 탁구도 치고 책도 있고 식사도 잘 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좀 다른 대답을 기대했었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와 크게 다른 내용은 없었다.

“아무튼, 저흰 의사 선생님만 믿고 있습니다. 우리 진수 꼭 좀 낳게 해 주세요.”

“그래야지요.”

그때 방송이 울렸다.

“김진수 환자 보호자분은 면회실로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5.


면회실은 병동 4층에 있었다. 계단을 올라오는데 간호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히 계단을 왔다 갔다 하며 네모난 상자를 나르고 있다. 상자는 꽤 무거워 보였다. 아까부터 사람들을 보는 유림이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그녀는 계단을 오르는 동안 내 오른쪽 팔을 꼭 붙잡았다. 그녀는 지금 이 곳에서 느끼는 무거운 분위기를 내색 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결혼 후 처음, 아니 태어나서 처음 이었을 이 특별한 세상이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이 공간에서는 보호자들, 심지어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조차도 모두 환자처럼 보였다. 낯선 상황이나 장소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불편하고 어색한 법이다. 특히나 이런 곳에선. 나도 진수가 입원을 하고 나서 처음 면회를 오던 날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사람들에게서 무언가가 상실되어 버린 것 같은. 그리고 그것은 초점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시선과 무표정한 얼굴을 통해서 깊이 전해져 왔다. 지금 유림이도 그런 심정일 것이다.

체격이 건장한 남자 간호사가 면회실에 들어가기 전에 가져 온 물품들을 검사했다. 젓가락이나 숟가락등 쇠붙이로 된 물품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가끔씩 환자들이 그런 걸 몸에 지니고 다니다가 저녁이나 새벽에 자해 사건을 벌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일은 매우 드물었다. 어머니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책상 위에 치킨과 식혜가 담긴 보따리를 풀었다. 면회실은 모두 네 곳이었는데 그곳은 이미 우리보다 먼저 온 면회객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옆으로 넓은 휴게실이 보였다. 칸막이 중간에 커다란 창이 두 개 나있는데 그곳에도 굵은 쇠창살이 쳐 있다. 휴게실 중앙엔 탁구대가 놓여 있다. 두 명이 탁구를 치고 있었다. 우리가 면회실로 들어서자 휴게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창가로 몰려들었다. 매일 환자복만 입은 사람들을 보다가 사복을 입은 우리의 모습이 신기 했는지 움직일 때마다 그들의 초점 없는 시선들이 우리를 따라왔다.

젊은 간호사가 방문객 이름을 확인한 후 우리를 맨 끝에 있는 면회실로 안내 했다. 그곳엔 진수가 먼저와 있었다.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아래로 떨군 채. 초점을 잃어버린 녀석의 시선에 눈을 맞추려 해보았지만 녀석은 아무 말도 없이 어머니가 가져온 치킨만 들춰 댔다.

“진수야, 작은형이랑 형수 왔어, 너 예전에 작은형 되게 좋아 했잖아?”

“어, 형 왔어, 형수님도 왔어요. 근데 언제 퇴원시켜 줄 거야? 나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왜 아프지도 않은 사람을 입원 시켜. 여긴 갑갑해 죽겠어, 작은형, 엄마한테 말해서 빨리 퇴원시켜달라고 해?”

어머니는 계단을 올라오면서 나와 유림이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퇴원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다. 유림이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준비해 온 음식을 탁자에 펼쳐 놓으며 말했다.

“도련님, 음식 식어요, 어서 드세요. 어머니도 여기 앉으세요.”

유림이가 진수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 퇴원 시켜 줄 거야?”

“응, 조금만 더 있다가.”

“언제 퇴원 시켜 줄 거냐니까?”

“의사 선생님이 아직 더 치료 받아야 된대”

“도대체 내가 어디가 아프다는 거야, 봐 이렇게 멀쩡하잖아.”

진수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어머니에게 애원하다시피 했다. 어머니는 진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아까부터 벽 쪽으로 돌아서 계셨다.

“누가 저 여기다 두고 싶어서 두고 있나, 다 저 빨리 낳으라고 그러는 건데 지 에미 속도 모르고.”

벽을 바라보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계속 벽만 바라보시던 어머니가 내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셨다, 눈치 빠른 유림이가 나와 진수의 손을 잡아끌며 자리에 앉혔다.

“진수 도련님, 어머니가 도련님 드리려고 아침부터 직접 만든 음식들이예요, 현수씨도 같이 들어요.”

유림이가 진수의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자. 녀석은 마지못해 음식을 깨작거리지만 이번엔 기필코 대답을 받아 내려는 모양이다.

“언제 퇴원 시켜 줄 거야?

“너 다 낳으면....”

“한 달 후에는 퇴원 시켜 줄 거지?”

“.....”

“그렇지?”

어머니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셨다. 진수의 손을 붙잡으며

“그래 빨리만 나아라, 다 나으면 여기 있으라고 해도 이 엄마가 못 있게 할 테니까“

진수는 그제야 통닭이며 사과며 식혜를 먹기 시작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휴게실에서는 환자들이 식판을 들고 배식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일순간의 긴장이 풀리는 탓인지 나도 모르게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시간 다 됐습니다.”

벌써 면회 시간 삼십분이 다 된 모양이다. 어머니는 병실 친구들과 함께 먹으라며 가게에서 산 포도 한 상자와 남은 음식들을 싸서 진수의 손에 들려주었다.

“진수야,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치료 잘 받고 있어, 엄마 나중에 또 올게.”

“다음엔 나, 꼭 퇴원 시켜줘야 해,”

“알았어. 다음에 올 때 까지 약 잘 먹고 의사 선생님 말 잘 듣고 있어.”

“진수 도련님, 형이랑 저한테 잘 가라는 말도 없이 그냥 들어가기예요?”

유림이의 너스레에 잠시 뒤돌아서 힐끗 우리를 바라보던 녀석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들어가 버렸다. 계단을 내려오자 8월의 따가운 햇살이 병원 앞마당으로 쏟아져 내렸다. 마당에선 방금 도착한 듯 보이는 봉고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그들도 하나같이 걱정과 슬픔을 가득 담은 표정이다. 이 삭막한 공간에 몇 달 혹은 몇 년씩 있을 누군가의 보호자임이 분명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슴에 수십 개 씩 못을 박은 채 살아간다, 가슴에 박힌 못은 빨리 빼내야 상처가 빨리 아무는 법인데 그게 쉽지 않거든 그 못들은 시간이 흐르면 슬픔이 되고, 그 슬픔을 가슴에 묻다가 묻어 둘 곳이 없으면 결국엔 영혼에 묻는 거야, 아픈 건 자식이고 부모이고 형제들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기가 아픈 걸 몰라, 아프지만 고통을 못 느낀다는 것이 다행 일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아픔은 고스란히 전해져서 나나 방금 그 노부부 같은 이들의 생명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지, 슬픔이 넘쳐서 영혼이 바닥나든 다 살아서 삐걱거리는 생명이 그 무엇에 갉아 먹히든 우리 진수만 하루 빨리 낳을 수 있다면 그게 뭐 대수겠냐.”

어머니는 높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산을 바라보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옆에서 어머니 말을 듣고 있던 유림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곤 화장이 지워졌다면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지만 한없이 여린 면도 있다. 같이 영화를 볼 때면 조금만 슬픈 장면이 나와도 눈물을 바가지로 쏟아내 끝까지 영화를 본 적이 별로 없는데 그 눈물보가 터진 모양이다. 쫓아갈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6.


“현수씨, 저기 저 창에 서 있는 사람, 진수 도련님 아니예요?”

유림이가 손을 들어 가리킨 곳은 4층 창문이었다. 굵은 쇠창살이 쳐진 창에서 누군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았다.

“진수야, 뭐라고?”

나는 녀석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힘껏 소리 질렀다.

“....”

“뭐라고, 잘 안 들려?”

“형이...형수...자알...켜 줘”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더 크게 말해 봐.”

“형이랑 형수 잘 가, 그리고 담에 오면 꼭 퇴원 시켜줘”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저 쇠창살에 갇혀서 얼마나 갑갑했을까? 여전히 녀석의 눈은 초점을 잃고 있었지만 나와 시선을 마주 치고 있었다. 녀석이 손을 흔들었다. 삼년 내내 무심하던 녀석이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유림이도 어머니도 말없이 흐느끼기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동안 어머니도 유림이도 말이 없었다. 백미러를 통해 바라본 어머니는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계셨다.

“어머니, 무슨 생각 하세요?”

“현수야, 진수가 자전거 타는 거 좋아 했지?”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학교 운동장에 일단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었다.

“우리 진수, 어릴 땐 달리기도 참 잘 했는데.”

하룻밤 자고 가라는 어머니 말씀을 뒤로 한 채 서울로 향했다. 일요일이었지만 프로젝트 시안을 다시 수정해야 해서 사무실에 출근을 해야 했다. 서울이라면 꽉 막혔을 텐데 인적이 드문 시골이라 그런지 토요일 오후인데도 고속도로는 한산 했다.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유림이는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달렸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안에서는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쌓여만 갔다. 바람을 맞고 싶어 차창을 내렸다. 나를 힐끗 쳐다보던 유림이가 무슨 말인가 하려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 다시 그 거미줄에 묶여 있던 꿈이 되살아났다. 쇠창살이 둘러쳐진 창 뒤에서 잘 가라며 손을 흔들던 녀석의 잔영과 거미줄에 묶여 허우적대던 나의 모습이 중첩되었다가 다시 사라졌다. 몸이 피곤했던지 뜨거운 햇살에 스르륵 눈이 감긴다.

“현수씨, 전화 왔어요.”

고등학교 동창 정호였다.

“야! 소식 들었어, 용진이가 써놓은 유서가 발견 됐대. 회사에서 건넨 유품 속에 있었단다. 새끼, 몇 달 전에 회사에서 짤렸대나 봐 그리고 동생이 사업한다고 보증 서 주었는데 동업자한테 사기 당해서 집도 다 날렸나 봐. 그 충격으로 한동안 정신과에 다녔다는데 부인도 몰랐었나 봐.”

용진이의 죽음에 몇 줄이 전부일 유서 한 장이 갖는 의미는 뭘까? 그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라도 밝혀졌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런 일들이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확신은 없었지만 장례식장에서 친구들끼리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런 이유였을 거라고 오고갔었다. 화장터에서 동생의 괴로워하는 표정에서 어렴풋이 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용진이 아내가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을 부비고 살았다면 용진이의 심적 변화를 모르지 않았을 테니까.

저 쪽 들판 너머로 한 무리의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다가 흩어지고 다시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도시의 입구로 들어 서기 직전 멀리 보이는 커다란 전봇대 위에 설치된 가로등 하나가 시간 차이를 두고 깜빡 거렸다. 가로등 불빛을 받은 전선줄 하나가 회색빛으로 반짝였다. 어둠이 완전히 도시에 물들자 가로등이 깜빡거림을 멈췄다. 그 가로등 주위로 작은 풀벌레들이 날아든다. 한곳에서 출발한 전선줄은 수많은 갈래로 나뉘어 져서 도시의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이어주었다. 그 전선 위로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더니 이내 자동차 소리에 놀라 날아가 버렸다. 석양에 물든 저녁노을이 창 너머 바둑판같은 들판을 붉게 적신다. 도시와 농촌을 구분 짓는 경계선인 톨게이트는 알 수 없는 슬픔을 뒤로 한 채 도시를 삼켜버린 거미줄 속으로 들어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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