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소설]백수와여자

제2화 :하얀 팬티

by 김인철

[여자]


앞에 앉은 남자 좀 과음한다 싶더니 아까부터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린다. 근데 아까부터 검은 바지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뭔가가 눈에 거슬렸다. 헉~ 팬티였다. 그것도 하얀색 팬티였다. 못 본 척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정작 이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친구들을 돌아가면서 여기저기 술을 주거니 받거니 난리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나한테 술을 따라 주려고 할 때 살짝 귀에 대고 알려 주었다.


“저기요, 남대문 열렸어요.”


이 남자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렇지만 이 남자 내가 잘못 본거라고 발뺌을 한다.


"에이 설마요. 잘 못 보셨겠죠!"


이 남자 죽어도 남대문 열린 거 아니라고 한다. 정말 내가 잘못 본건가? 그럼 그 하얀 팬티 같은 건 뭐였지? 아니라는데 계속 말하면 괜히 나만 이상한 여자 취급받을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하마터면 “어디 한 번 확인해 봐요.”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내가 본 건 분명 하얀 팬티가 맞다. 이 남자 한참을 그렇게 술 마시고 떠들어대더니 전화가 왔다면서 재빨리 밖으로 나간다. 틀림없이 남대문 잠그러 나갔을 것이다.


[백수]


연거푸 맥주를 들이켰더니 아랫배가 묵직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데 여기 화장실은 참 별스러웠다. 변기 앞에 거울이, 그것도 대형으로 하나씩 붙어 있으니 말이다. 요즘 남자들은 볼 일 보면서 얼굴도 보나 보다!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변기에 웬 수도꼭지. 그것도 두 개 씩이나. 푸허헐, 세면대였다.ㅜ.ㅜ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확인했다. 다행히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휴~ 큰일 날 뻔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뒷정리(?)를 해 놓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근데 앞에 앉은 그녀가 자꾸만 나를 보며 키득키득 웃는다. 처음엔 무뚝뚝하니 바짝 마른나무토막 같더니 술이 들어가니까 이 여자도 남들처럼 하하하 호호호 잘 웃는다. 웃으니까 더 예뻤다. 한참을 그렇게 웃어대던 그녀가 갑자기 입술을 내 귀에다 갖다 댄다.


“저기요, 남대문 열렸어요.”


“허걱.”


화장실에서 급히 나오느라 깜빡 잊고 바지 지퍼를 안 올렸던 것이다. 죽어도 아니라고 발뺌해 놓고 여자가 다른데 정신 팔려 있는 사이 전화 거는 척하고 바깥으로 나와서 지퍼를 올렸다. 하마터면 개망신 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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