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소설] 백수와 여자

제3화 :노란 국물

by 김인철

[여자]


에궁,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위를 보니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렇지만 옆에 앉은 제비는 계속 나한테 뭐라 뭐라 하면서 잔에다 술을 따라준다. 천장은 빙빙 돌고 옆에서 제비가 술을 따라주니 마치 나이트클럽에 온 것 같았다. 지금 술을 마시는 건지 물을 마시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야, 제비 뭐 혀고 이~있냐아~, 술 좀 더어 따라보우아아.”


혀도 무지막지하니 꼬여 발음도 제대로 안 된다. 기억마저 가물거린다. 술 마신 다음날 기억을 못 한 적은 있어도 술을 마시면서 기억이 가물거려보긴 처음이다. 헉~ 알콜성 치매가 벌써 온 걸까?ㅜ.ㅜ 잠시 후 다들 자리에 일어섰다. 다들 멀쩡한데 나만 취한 것 같았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다리에 힘이 없다.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야, 이 치샤아~한 자식들아. 나 조옴 데리고 가아~.”


내 목소리를 못 들었던지 아니면 듣고도 무시하는 건지 지들끼리만 먼저 나가버린다. 간신히 일어서서 문을 나서는데 저 앞에선 연놈들끼리 한데 엉겨 붙어서 새로 생긴 '돈텔 마마' 나이트 간다고 택시 잡고 난리다. 잠시 후 택시 두 대를 잡더니 어디론가 휙 사라진다. 뭐!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내 니들 불법 성인 나이트클럽 갔다고 죄다 소방관한테 불어버린다. 쩝, 그래도 쪼매 아쉬웠다. 술은 쪼까 취했지만 나이트 가서 열심히 흔들어대면 술도 깨고 스트레스도 확 풀릴 것 같았는데 말이다.


“딸국~.” ㅎㅎㅎ


할 수 없이 집에 가려고 택시 승강장으로 가고 있는데 저만치 앞에서 웬 전봇대처럼 키 큰 남자가 나를 노려보며 삿대질을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좀 전에 오줌 싸고 바지 지퍼 안 올린 제비 자식이었다. 근데 이 제비 자식이 내 앞을 떡 하고 가로막더니 주먹을 불끈 쥐며 아까 내 팬티 본 거 발설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협박을 했다.


“오냐 이 자식아, 지금 기분 엿 같은데 너 나한테 뒤졌어.”


[백수]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었다. 모두들 나이트로 가는 분위기다. 평소 같으면 나이트에서 한껏 나의 드럼 비트감에 맞춰진 딱딱이 춤과 주체하지 못할 끼를 분산할 테지만 오늘은 왠지 내키지 않는다. 다들 이차로 나이트 간다고 일어난다. 잠시 화장실 들렀다 나왔는데 그녀는 먼저 갔는지 나이트 가는 무리들 사이에선 보이지 않는다. 젠장 그 팬티 노출 사건만 아니었으면 그녀에게 전화번호라도 물어보는 건데 아쉬웠다. 술도 깰 겸 혼자서 터벅터벅 걸었다. 헌데 저만치서 웬 여자가 가로수 앞에 서서 나무에다 삿대질을 해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자세히 보니 그녀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나무에다 대고 막 뭐라고 하는 것 같다. 머! 지퍼가 어쩌고 남대문이 어쩌고 한다. 한참을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는다. 아무래도 내가 아까 술을 너무 많이 먹였나 보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앞으로 다가갔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여자가 고개를 들더니 나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가로수와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한참을 그러더니 이 여자 갑자기 나한테 삿대질을 하면서 뭐라고 한다.


“야 인마, 아까 내가 본거, 니 팬티 맞지? 너 오줌 싸고 지퍼 안 올렸잖아?”


“허거걱.”


이 여자 완전 맛이 갔다.


“야, 그리고 남자가 치사하게 그거 좀 봤다고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협박이냐 자식아.”


뭐 이런 개뼉다구 같은 여자가 다 있냐. 기가 막혀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이 여자


갑자기 안색이 새파랗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내 바지에다 노란 국물을 쏟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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