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 갈증
[여자]
아우~ 목이 말라서 새벽에 깼다. 누군가한테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어라, 여긴 내방이 아니잖아? 여기가 어디지?”
며칠 전에 와 보았던 친구 방이었다. 하긴, 오늘 집에 엄마 와 있을 텐데 술 잔뜩 먹고 들어왔다고 욕먹는 거 보담 낫다. 울 엄만 날 팔아서라도 시집보내고 싶단다. 젠장, 요즘 엄마 입에선 꼬셔라던 지 팔아 버리겠다는 둥 온갖 위협적인 말들을 서슴없이 쏟아 내신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필름이 끊겼다. 근데 이번엔 왠지 모르게 쪼까 불안하다.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거실로 나왔다.
“아니, 이게 누구람.”
웬 남자가 머리는 까치집을 한 채 거실 바닥에 뒤집어져 자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결혼식 때 사회 보던 그 제비였다.
“저 남자가 왜 여기서 자고 있지?”
남자는 추워서 그런지 온 몸을 달달 떨어댔다. 저 놈 땜에 술 잔뜩 마시고 맛이 간 걸 생각하니 똥침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었다. 두 손을 모았다가. 그냥 참았다. 치질이 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렇게나 걷어찬 이불을 덮어 주었다. 뭐, 그런데로 귀여운 면이 있긴 했다. 몇 살일까? 서른, 스물아홉, 요즘은 연상 연하 커플이 유행이라던데. 그래도 아까는 정말 얄미웠다. 냉장고를 열어 보았더니 텅텅 비어있다. 목이 말랐다. 욕실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거울 속에서 웬 미친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를 째려보는 것이다! 나였다.ㅜ.ㅜ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하는 수 없이 수돗물을 틀어 손으로 받아 마시는데 밖에서 똑똑하고 노크를 했다.
"저기요, 마실 물 여기 있는데요."
[백수]
이 여자 아까부터 계속 헛소리만 해 대더니 까무러쳐 버린 듯 전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아~ 오늘은 재수에 옮 붙은 날이다.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정말 난감했다. 그냥 버려두고 갈까? 할 수 없이 결혼 한 친구 놈한테 전화했다.
“아저씨, OO 아파트로 가주세요.”
“804호라고 했지?”
간신히 아파트 입구까지 도착했다. 허거걱~ 엘리베이터가 고장이었다. 3층부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6층쯤 올라가다 팍 던져 버리고 싶었다. 방이 두 개뿐이라 그 인간을 작은 방에 재우고 난 거실에 누웠다. 눕히기 전에 다시 한번 쳐다봤다. 술에 만 땅이 되었어도 얼굴은 예뻤다. 근데 동물 병원 원장이란다. 내 처지를 생각해서 그런지 별 느낌이 없었다. 요즘은 나 스스로가 일부러 여자들에게 무심해한다. 하긴 백수가 뭐 그런 걸 깊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었다.
바닥이 너무 더워 이불을 걷어 내고,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락 말락 할 때였다. 끼이익~ 하고 방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웬수가 잠이 깬 모양이다. 그냥 자는 척했다. 자꾸 재채기가 나올라 그랬다. 억지로 참았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여자가 한동안 움직이질 않았다. 아무래도 나를 덮칠 것만 같았다. 젠장... 집에 갔어야 하는 건데, 잠에서 깨는 척을 할까 고민하는데 그 여자가 이불을 덮어 준다. 우라질, 더워 죽겠는데.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잠시 후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후루룩~ 하고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바보같이 물 사 온 거 있는데. 모른 척할까 하다가 문을 두들겼다. 문을 여는데,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눈이 퉁퉁 붓고 머리는 산발을 한 게 꼭 공포 영화에 나오는 귀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