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화 : 그녀의 사과]
[백수]
노래방에서 나왔을 땐 새벽 두 시가 넘었다. 모두들 집에 돌아가고 나도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막 택시를 타려는 순간 뒤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저기요!"
그 여자였다. 헉~ 또 무슨 행패를 부릴라고.
“친구한테 대충 들었어요. 그날은 제가 실수를 많이 했죠? 죄송해요.”
이 여자 완전 필름 끊긴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아~ 뭘요. 다 지난 일인데요, 신경 쓰지 마세요(너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랬다간 나한테 뒤진다.)”
“참 벌써 몇 번이나 만났는데 우린 아직 이름도 모르고 있네요."
" 제 이름은 김 혁입니다.”
“어머 이름이 외자예요? 전 수아예요, 이수아.”
“어디까지 가세요?”
“서현역 근처예요.”
“잘 됐네요, 전 거기 가기 전이니까, 택시 같이 타고 가다가 제가 먼저 내리면 되겠네요.”
집에 가까울수록 갈등이 생겼다.
“전화번호를 물어볼까?”
“지금 주머니엔 달랑 만원 밖에 없는데 서현역까지 만원이면 갈라나?”
택시 요금은 어느새 4,000, 4,500, 5,000원으로 자꾸 올라가고 있었다.
“전 여기서 내리면 돼요.”
내리면서 여자한테 만원을 건네주었다. 젠장, 택시 요금 신경 쓰느라 정작 그녀에게 전화번호 묻는 걸 잊어버렸다. 게다가 집에 가려면 아직도 한 삼십 분은 뛰어야 했다.
[여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우연인지 집으로 가는 방향도 같았다. 택시를 같이 타고 오는데 이 남자 아까부터 계속 곁눈질로 나를 쳐다본다.
“백옥같이 이쁜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인마, 전화번호 물어보려면 빨리 물어봐, 알려 줄 테니까? 아무리 남녀평등이니 페미니즘이니 하는 세상이라지만 여자인 내가 먼저 물어봐야겠냐?”
근데 이 남자 한동안 쭈뼛쭈뼛거리더니 집에 다 왔다면서 결국 아무 말도 안 하고 내려 버린다. 그러더니 잘 가라며 창문 사이로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준다. 생긴 건 꼭 제빈데 생각보다 순진한 구석이 있다. 자식 머 내가 택시비도 없는 줄 아냐. 정말로 받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 그냥 먼저 물어볼까? 하는데 벌써 택시가 출발해버린다.
“아~ 아저씨 잠깐만... .”
“왜요, 애인이 뭐 놓고 내렸어요?”
“아~ 아니에요.”
에궁,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저 남자도 내 인연이 아닌가 보다. 아쉬운 마음에 내일 있을 말라뮤트 불임 수술 생각하고 있는데 백미러로 그 남자가 열심히 뛰어 오고 있었다.
“저기요! 전화번호 좀 알려 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