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화 : 시상식 ]
[남자]
내일이 시상식이다. 그동안 원고를 세 번도 넘게 수정했다. 편집자가 엄청 까다로웠다. 참 세상일은 쉬운 게 없다. 문학 담당 기자들과 전화 인터뷰도 해보고. 근데 문학담당 기자들이라서 그런가 내가 쓴 소설이지만 인물 캐릭터나 서사적 얼개 등등 질문이 너무 어려웠다. 난 그냥 별 의미 없이 쓴 건데. 흐흐흐. 송이랑 엄마랑 아빠는 자꾸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은 니가! 니가? 무슨 소설을. 니가 쓴 거 맞아, 표절이지? 참으로 가당치도 않다는 눈빛이었다. 아버지도 신문에 난 사진과 나를 번갈아 보며. 에헴. 에헴. 속으로는 좋으면서. 복지관이랑 동네 친구분들한테 신문을 100부나 사서 무료로 돌리셨으면서. 그나저나 엄마 아빠는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내 시상식에 못 온단다. 중요한 약속이란 게 부부 동반 온천여행이다. 한 달 전에 단체로 30퍼센트 할인으로 예약한 거라 취소 안 하시겠단다. 헐~ 하나뿐인 아들이 상을 받는데. 쩝~ 수아 씨도 소식을 들었을 텐데. 혹시나 연락이 올까 기대를 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팍 이불 뒤집어쓰고 자려는데 카톡으로 메시지가 왔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소설 재미있던데요. 감동적이기도 하고. 당선 축하해요]
[근데 절 너무 술 주정뱅이로 묘사했던데요]
히.히.히
[여자]
축하 문자라도 보내야 하나? 침대 위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다. 그동안 답장이 없다가 갑자기 보내면 너무 속보이나. 구래도 뭐! 좋은 일이니까 축하 문자 정도는 보내 줄 수 있지 않나. 내가 모 딴 거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축하만 하겠다는데. 게다가 내 허락도 없이 내 이야기를 썼으면 사전에 말이라도 해주던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왔다.
[고마워요. 잘 지내요?]
[시상식 이번 주 토요일인데 와줄래요?]
간다고 할까? 아니, 내가 왜? 우리가 그런 사이인가. 아니야. 그렇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작가들 모임은 늘 궁금하긴 했었는데. 시낭송 같은 거도 하고 그러겠지.
[아, 바쁘시구나ㅜ.ㅜ]
아니, 바쁘진 않지만. 바부팅. 한 번만 더 푸시하지. 그럼 간다고 했을 텐데. 제비 넌 항상 그게 문제야. 여자에게 적극적이지 않은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