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소설]백수와 여자

by 김인철

[제26화 : 기쁜 소식 ]


[여자]


"얘, 너 오늘 아침 신문 봤어?"

"아니, 왜?"

"그...남자 있잖아. 서울대 교수...아니 백수"

"그 사람이 왜?"

"오늘자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났어. 무슨 소설 같은 거 써서 상을 탔나 봐"


신문엔 제비의 사진과 심사평 당선 소감, 그리고 소설 전편이 실려 있었다. 우연히 친구의 결혼식 하객으로 만난 삼십 대 두 남녀의 에피소드를 오늘날의 연애방식과 결혼 풍속도와 더불어 유머러스하고 발랄하면서도 동시에 시의성 있게 그려냈다는 심사평이었다.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음마...음마...이 제비 자식 뭐냐. 이건 내 이야기...아니 지난 몇 달 동안 있었던 우리 이야기잖아. 게다가 내가 피로연에서 무슨 폭탄주를 다섯 병씩이나 마셨다고. 그것도 지가 먹였으면서. 그리고 전봇대랑 싸운 거랑 바지에 국물 쏟은 건 한번뿐인데. 아! 이 나쁜 자식 나를 완전히 꽐라녀로 묘사했네. 얼마 전부터 무슨 공부방인가 복지시설에서 아이들에게 영어 가르친다더니 언제 소설은 썼대. 뭐. 왜곡되긴 했지만 신문에서 내 이야기가 나오니 쫌 신기했다.


[남자]


배가 고팠다. 냉장고에 반찬도 있고 쌀은 있지만 밥 해먹기도 귀찮다. 단골 분식집에서 김밥에다 라면 후루룩 먹고 나오는데...전화가 왔다. 근데 모르는 번호다. 또 스팸인가? 싶었다. 끊으려다 받았다.


"여보세요."

"김소진 씨 핸드폰 맞나요?"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이번에 제14회 ㄱ신인 문학상 소설 부문 응모하셨죠?"


켁켁켁. 순간 사례가 들릴 뻔했다. 위속에 있던 라면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심장이 쿵쿵쿵 마구 두 방망이질을 쳐댔다.


"네, 제가 김소진 맞습니다."

"본심 심사위원인데 소설 심사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그러면서 이것저것 내가 응모한 소설에 관하여 물었다. 경박 단소하고 빠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 시대, 불안한 청년들을 대표하는 남녀 간의 로맨스가 잘 어우러졌다는 뭐 그런 평이었다. 로맨스가 중심이 되다 보니 청년들의 불안한 위치를 묘파 하는 주제의식이 약한 게 불안한 요소였단다.


"축하드립니다. 내일 정식으로 당선 발표 기사 나갈 거예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어르신, 아니 심사위원님."


얏호!. 옴마나, 옴마나. 나 소설 당선된 거야. 그럼 나 이제부터 정식으로 작가 된 거야. 어머니, 아버지, 송이야. 아니 부처님 예수님 마호메트 님, 달님 별님. 감사합니다. 이거 꿈이야. 생시냐. 믿어지지 않았다. 다시 전화가 와서 잘못된 거라고 당선 취소라고 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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