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소설]백수와여자

by 김인철

[제 24화 : 정체성 ]


[남자]


방과후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여기는 도대체 뭘까? 학원은 아닌 것 같은데 아이들이 오면 밥도 주고 공부도 시키고 게다가 모두 무료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이 궁금했다. 나중에 카리스마 짱! 선생님들이랑 좀 친해지면 꼭 물어봐야지. 영어 수업이라고 해봤자. 주 3일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렇지만 뭔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남는 시간에 무얼 할까 고민하다. 접어두었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전에 틈틈이 써 놓았던 습작 소설도 다시 읽어 가며 비문 오, 탈자를 수정했다. 써놓고 보니 몇 편은 제법 그럴듯했다. 그중 몇 편을 골라서 신문사 출판사 계간지 월간지 공모전에 보냈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에게, 나를 위하여 내가 뭐라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하지만 노란 국물은 책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았다.


[여자]


'그리스인 조르바'

양장본을 방금 끓인 라면 받침대로 쓰고 있는 그녀


"후루룩... 흠.... 라면 맛 죽인다"

keyword
이전 23화[한잎소설]백수와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