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화 : 선택 ]
[남자]
면접은 괜찮았다. 면접 잘 보라며 송이가 사준 체크무늬 넥타이도 오랜만에 입은 정장과 제법 잘 어울렸다. 면접관도 부장님 추천 때문인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비전도 웅대했고 회사 분위기도 밝고 좋았다. 직원들 표정도 밝았다. 하지만 내가 문제였다. 예전의 그 열정은 다시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 경쟁사를 이기고 십억, 이십억짜리 프로젝트를 척척 따내던 예전의 폭풍 같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 나를 감싸고 있는 현실은 남루함 그 자체였다. 열정이란 인생의 구두 뒤축은 예전에 닿아 없어져 버렸다. 끈 떨어진 가방처럼 하루하루가 비루하고 헐렁했다. 주어진 일이라면 뭐든 해내겠습니다. 포커페이스를 지으며 면접관 앞에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나를 믿고 다시 수업을 맡겨주신 대머리 원장님을 또다시 배신할 수는 없었다. 그래 이건 아니야.
"면접은 어떻게 됐나?
"붙었습니다."
"축하하네. 언제부터 출근인가?"
"거절했습니다."
"어딘가? 만나서 이야기하지."
"부장님..감사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부장님께 고맙고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여자]
소개팅이 두 번 들어왔다. 소개팅은 무슨. 맞선이다. 그것도 한창 값 떨어진. 첫 번째 남자는 키가 작았다. 게다가 키높이 구두를 신었다. 그니깐 나랑은 대략 이십 센티 차이. 게다가 이 자식 쪼잔하기까지 하다. 지갑은 두툼한데 식사도 커피도 더치페이하잔다. 영화 티켓도 따로 끊자길래 걍 티켓 두장 끊어주고~ 화장실 간다며 나와 버렸다. 개털인 제비도 저러지는 않았는데. 제비가 자판기에서 뽑아주던 달달한 믹스 커피가 당겼다. 놈이랑 같이 서면 키도 딱 맞춤했는데. 두 번째는 마흔 살 넘은 이혼남이다. 머리가 과하게 풍성하더니 헐~ 부분 가발이란다. 제비는 머리숱도 많고 스킨이랑 샴푸 향도 은은했는데. 소문이란 건 참 빠르다. 어느새 제비의 실체를 알았는지 백장미파 년들이 위로랍시고 밤마다 돌아가면서 전화를 해 댔다.
"얘, 소문 들었어. 혁이 씨 백수라며. 그것도 삼 년째. 카드빛도 수천만 원이라더라. 사실이니? 안됐다.
생긴 건 정말 서울대 교수삘 났었는데."
"허우대는 멀쩡하잖아. 매너도 있고.... "
"사기꾼 전 남친에 비하면 그나마."
"이년아, 니 남친 세 살 어리다며...헐 부럽당!"
"야! 니 전 남친은 돌.싱이었다며."
뚜우 뚜우 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