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소설]백수와여자

by 김인철

[제 21화 : 제비의 과거 ]


[남자]


"세상 참 좁네요. 과장님...아니 부장님이 수아 씨 작은 아빠였다니."


"그러게나. 우리 수아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몇 달 전 친구 결혼식에서 만났어요. 상황이 좀 웃겨요."


"그나저나 자네 직장은...."


"하하하. 우리 사회가 아직 저 같은 인재를 못 알아보고 있네요."


"미안하네. 그때 김대리 아니었으면."


"에이, 과장님. 아니 부장님 왜 그러세요."


"전 아직 나이도 젊고 또....또....또...."


아우...딸리는 어휘력!


"이제라도 자네 소식 들었으니 내 협력업체라도 자리 한번 알아봄세."


"그래 주시면 고맙죠."


"그나저나 수아랑은 무슨 사이인가? 요즘 말로 썸~타는 사이 뭐 그런 건가?"


"하하하. 썸~타다가 오늘 제대로 미끄러졌어요."


"이쁜 녀석이야. 자네랑 제법 어울리는 것도 같은데. 용기를 내 봐!"


꾸벅.


"감사합니다. 부장님!"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부장님, 수아 씨.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봤다. 가로등에 반사되는 탄천의 잔물결과 그위의 환한 불빛들이 캄캄한 내 앞길을 환히 비추어주는 듯했다.



[여자]


"작은 아빠, 그 사람 어땠어요?"


"혁이? 그 친구. 능력도 있고 회사에서 꽤 인정받던 친구였어. 경영 악화로 부서 통폐합을 하는데 부서별로 한 두 명씩 권고사직을 받았거든. 실적에 대한 압박이 극심했지. 우리 부서도 마찬가지였고. 팀장인 내가 그만둬야 할 상황이었는데 마지막에 그 친구가 총대를 맺지. 자기는 먹여 살릴 처자식 없다고 하면서. 사실 그때 회사에서 쫓겨났으면 길바닥에 나 앉을 판이었지. 왜! 너도 알잖아. 우리 집 상황. 은행 대출에, 할머니 수술비에. 다들 자기 살길 찾아서 외면하는데 그 친구는 달랐지. 그때 작은 아빠 회사에서 쫓겨나면 한강 다리 갈 생각이었어. 저 친구 아니었으면. 능력 있으니까 회사 그만두더라도 금방 자리 잡을 줄 알았는데."


작은 아빠 말 듣고 보니 짠했다. 제비 놈, 좋은 사람인 건 분명했다. 그치만 사람 좋은 게 다는 아니잖아. 험한 세상 살아남으려면 적당히 거짓말도 해야 하고 아부도 좀 하고 그니까 아직 저 모양이지. 아, 이제 이 남자 그만 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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