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화 : 선생님 되기 ]
[남자]
대머리 원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언제부터 수업할 수 있냐고 한다. 무슨무슨 푸른학교 라는데? 대안 학교인가? 그것도 아니란다. 방과 후 무료 공부방이란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싶다. 서른 살이 넘었어도 세상은 참 모르는 것 투성이다. 오늘부터 첫 수업이다. 주3일 2시간씩 초등 학생들에게 영어 수업을 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하려니 은근히 떨린다. 그치만 뭐 아이들은 나 좋아하니까. 똑.똑.똑. 여자 선생님 두 분이 나를 반겼다. 근데 선생님들 표정이 뭔가 모르게 카리스마가 넘친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놀고 있는데 옴마나 많이 귀엽다. 근데 이건 뭥미. 건물은 외벽부터 허름했고 군데군데 바스러져서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내부는 더 했다. 장판은 군데군데 찢어졌고 교실 벽은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 사이로 아이들 머리가 들락날락했다. 급 실망이다. 게다가 시설장님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흠....흠...나 여기서 잘할 수 있을까? 첫 수업을 시작했다. 음마...음마...영어 수업.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나를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 쳐다보는 듯했다. 그리고 십 분 후 교실은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한 명은 이마가 깨지고 두 명은 울음바다. 한 명은 내가 싫다며 팔을 물어 버렸다. 아이들은 나 안 좋아했다.ㅠ.ㅠ. 처음엔 다 그렇다는 시설장님의 위로는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여보세요. "
"김대리 난데...협력업체에 자리 하나 생겼는데 일단 면접이라도 한번 볼 텐가?"
"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대답은 했지만 고민이다. 영어학원 원장님을 또 배신하지는 못하겠고. 고민이다. 그래 면접이나 한번 보자.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똥개 자식이 좀 이상했다. 옆으로 벌러덩 쓰러진 채 혓바닥을 축 늘어 뜨리고 동공을 까 뒤집고 숨을 헐떡 거리고 있었다.
[여자]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고 마음씨도 착했던, 전 여자 친구(나)에게 사기 치려던 그 나쁜 사기꾼 자식은 출국 직전 공항에서 붙잡혔단다. 지가 어떻게 나한테. 게다가 도착지가 미국이나 유럽도 아닌 아프리카 어디란다. 세상에나, 인터폴에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전 남친을 둔 여자도 흔치는 않겠지. 일주일 전에는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오란다. 아홉수도 비껴갔는데 올해는 마가 꼈나? 요즘 참 별일을 다 겪는다. 한동안 일에만 파묻혀 지냈다. 다행히 동물 환자도 많았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이따금씩 백장미파 년들이 서울대 교수?인 제비의 근황을 물었지만 걍~ 씹었다. 전 남친 꼴도 우스운데 제비 일까지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단골 환자 중에 안 보이는 강아지가 있다. 혼자서 잘 도 다니던 똑똑한 강아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노마라 했던가? 이제 장염이 다 낳은 모양이다. 신기하게도 이노마만 오면 병원 안에 있던 모든 강아지들이 얌전해졌다. 하는 짓도 귀여운데 따식 새삼 보구싶네. 퇴근 시간이 다 돼서 병원문을 닫으려는데 웬 사내가 강아지를 한 마리 안고 헐레벌떡 들어선다.
"어? 이 강아지 주인이....제비...아니 혁이 씨."
"그럼, 이노마가 다니던 동물 병원이... 수아 씨."
왈.왈.왈[너네 둘이 아는 사이?]
왈 왈.왈. 멍.멍.멍[임마 나 아픈 게 아니고 내 싸랑 여나씨한테 채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