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며...
일주일간의 자가격리가 끝났다. 내 생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단절과 고립이었다. 증상이 시작된 후 삼 일간 내 몸은 고온에 시달렸다. 목덜미와 이마가 불덩이였다. 펜데믹이 시작되면서 나도 한 번은 감당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게 코로나 바이러스는 몸에서 일어난 균열이었다. 내 몸에서 시작된 균열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고독이었다. 여섯 평 공간을 제외하면 작은 틈을 내는 몸짓은 허락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근육이 아팠다. 온몸을 흠씬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이런 통증은 처음이었다. 왼쪽 팔의 통증이 가장 심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지 않는 원형의 보라색 돌기들이 내 몸과 좁은 공간의 바닥과 벽과 천장에 가득했다. 내 몸은 바이러스에 푹 절여졌다. 단절과 고립감에 죄책감을 더한 무기력이 나를 에워쌌다. 들숨과 날숨을 내쉴 때마다 연원을 알 수 없는 죄책감도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텔레비전에선 도시가 통째로 봉쇄된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에선 사람들이 개미처럼 아래로 추락했다.
하루, 이틀, 사흘, 한나절, 반나절, 시간은 더디 간다. 오후가 되어도 내 방은 새벽처럼 어두웠다. 몸은 여전히 뜨거웠다. 어긋난 서랍에, 깨진 타일에, 갈라진 문턱에, 뒤틀린 푸른색 옷장에 삿된 어둠과 무력감이 스며들었다. 잠에서 깨면 근육이 아팠다. 내 몸을 관류하는 붉은 피는 대지 위를 펄펄 끓다가 식어가는 용암처럼, 가느다란 혈관 속에서 끓다가 식기를 반복했다.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튀어나온 신음이 벽과 천장을 맴돌다가 다시 근육으로 스며들었다. 목은 따끔했고 가래는 묵히다가 끈적한 검은 액체로 흘렀다. 끼이익. 방구석에 숨은 어둠을 밀어내려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불자 초록색 커튼이 나부낀다. 내 숨결들이 닿았던 것들에 소독을 했다.
나흘째, 입술이 마르고 혀가 거칠었다. 동통은 조금 사라졌다. 가래는 여전하다. 똑똑똑. 낯선 이의 노크에 화들짝 놀랐다. 안에 아무도 없나요? 이불속에서 죄인처럼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문을 열면 검은 형체는 사라지고 담벼락엔 빳빳한 전단지 하나가 붙어 있다. 똑똑똑. 여보세요. 누구시죠? 형이다. 먹을 것 좀 두고 간다. 내 몸이 닿았던 곳마다 소독제를 뿌리고, 하나, 둘, 셋을 센 다음 힘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문 앞엔 나를 닮은 형의 목소리만 남았다. 바닥에 라면 박스 하나가 놓여있다. 김, 라면, 시금치, 상추, 오리 훈재, 인스턴트, 돼지 주물럭, 주전부리들.
현관문 앞에는 껍데기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여섯 평 공간엔 형해화된 것들만 쌓였다. 노란 봉투는 노란 국물이 흐른다. 빨간 봉투는 두 개인데 하나는 옆구리가 터졌다. 파란 봉투는 소리가 요란했다. 붉은 봉지 속에 검은 봉지가 들었다. 노란 봉지 사이로 손가락을 비집으며 힘껏 누르고 꽁꽁 싸맸다. 손가락 사이로 국물이 흐른다. 소독을 했지만 문 밖으로 내놓지는 못했다. 이곳은 금지구역입니다. 부서진 밥톨 하나 먼지 하나 출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똑똑똑. 노크를 한다. 이불속으로 숨었다. 철컹, 쾅! 어긋난 철문이 요란하다. 핸드폰이 울린다. 상태는 좀 어떠냐? 어머니다. 대문 앞에 오이소박이 갔다 놓았다.
오일째 되던 날, 보건소에서 자가격리 확인 문자가 왔다. 안내문을 꼼꼼히 읽었다.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잠을 자거나, 멍하니 앉거나, 무력하게 누워만 있었다. 내 안의 세계를 형상화시키기보다는 형해화 하는 시간이었다. 불안한 상상이 생각의 끝에 닿으면 가치 있는 것들은 사라진다. 다시 이불속에 묻었던 형해화가 시작된다. 깊은 상실과 무력감에만 예민한 촉이 닿았다. 물처럼, 바람처럼, 공기처럼 형해화된 것들에 내 좁은 공간에 묻히고 스러져갔다.
여섯째 날, 지독하던 몸의 통증이 사라졌다. 신열도 내렸다. 목도 아프지 않고 가래도 사라졌다. 씁쓸하던 입맛도 살아났다. 하지만 내 몸이 분출한 바이러스는 여전히 방안을 떠 다닌다. 단절과 고립감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긍정이 필요했다. 생애 처음 겪는 차원이 다른 단절, 고립감을 느끼며 조만간 이 세계의 끝과 끝이 아름답게 연결되는 상상을 했다. 지인들의 위로와 안부 문자에 힘을 얻었다. 자정이 넘었다. 자가 격리가 끝났다. 편의점 와인, 백세주, 맥주와 새우깡, 아니 카스와 참이슬을 반반 섞은 폭탄주. 오늘 자정이 넘으면 편의점을 갈까 했는데 아직 내 몸이 외출을 거부 하는지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