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친 머리카락의 미스터리
내 몸에는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내 검은, 아니 이제는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에 관한 의문이다. 나는 머리카락이 굵고 힘이 세다. 흔히 ‘돼지털 머리’라고 부른다.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서른 중반이 되기 전까지는 늘 짧은 스포츠머리를 고수했다. 조금만 길어도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 마치 고슴도치 가시처럼 삐죽 솟아났기 때문이다. 짧은 머리만이 유일한 해법이었고, 변하지 않는 나의 헤어스타일이 되었다.
어릴 적 내 머리를 잘라주던 이발사는 머리숱이 많고 힘이 좋다며 칭찬을 했다. 나는 그 말에 은근히 자부심을 느꼈지만, 나중에서야 그 이발사가 내 돼지털 같은 머리카락을 놀린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서른 중반을 넘어서는 짧은 머리가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긴 머리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 굵고 거친 머리카락에 얽힌 진짜 미스터리는 따로 있다.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진다는 것이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하루에 100개는 훌쩍 넘는 듯하다. 하루에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나는 수십 년째 탈모 위험군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머리숱은 줄지 않았다. 미용실에서는 오히려 숱이 많다며 가위를 들고 솎아내야 할 정도다. 하루라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방과 거실, 욕실은 빠진 머리카락으로 뒤덮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는 여전히 굵고 거칠며 풍성하다. 머리카락이 강해서 조금 빠져도 티가 나지 않는다. 자라는 속도도 보통이 아니다. 가끔은 내가 먹은 음식의 영양분의 삼분의 일쯤이 머리카락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한편, 삼신할머니가 나를 점지할 때 머리카락에는 잔뜩 힘을 주었지만, 다른 부분에는 신경을 덜 쓴 게 분명하다. 그래서 정기검진이 필요할 정도로 몸의 일부는 부실하다. 아마 신은 그렇게 공평할지도 모른다.
모든 생물이 그렇지만 인간의 몸은 참 신비롭다. 내 몸 안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매일 생성과 소멸이 반복된다. 오늘도 빠지고 자라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애써 붙잡고 있던 미련은 속절없이 떨어져 나가고, 또 어떤 문제는 예기치 않은 순간 해결이 되기도 한다. 소멸이 끝이 아니고, 생성이 시작도 아니다. 생성과 소멸은 순환으로 이어져 결국 하나의 모양을 이루는 법이다. 세상의 이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도 방바닥에 수북한 머리카락을 며칠 전에 산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며, 그 단순한 이치를 다시 한번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