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

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by 김인철
사진출처-pixabay

며칠 전이다. 저녁 수업이 거의 끝나고 아이들이 막 청소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선생님, b가 잠깐 들어와도 되냐고 하는데 어떡해요?"

한 달 전 학교 성적 문제로 푸른 학교를 그만두고 근처에 있는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으로 옮긴 2학년 b가 일층에서 같은 학년인 y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며칠 전부터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친구들을 기다리는 것도 알고 있었다. b가 갑자기 공부방을 그만두면서 그녀와 친하게 지내던 s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며칠 전엔 b가 다니는 동사무소로 옮기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1학년 아이들도 크게는 아니었지만 친하게 지내던 m이 갑자기 공부방을 그만두자 무척이나 섭섭해했다.


후유증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고 보니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공부방을 옮기겠다는 생각은 순전히 s혼자만의 생각이었고 어머니는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나 또한 s를 보낼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은 새로운 환경이 좋아 보여도 결국 b도 다시 돌아올 것이 분명했으므로. 열에 아홉은 그랬으니까. 그리고 예상은 이번에도 맞았다. 그것도 생각보다 빨리.

"들어오라고 해."

잠시 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b가 들어왔다. 아이들은 b를 보자 다소 놀란 눈치다. 몇몇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공부는 잘 돼? 거기 재미있어?"

"쫌 오르긴 했어요. 근데 별로 재미없어요."

"그래! 그래도 이왕 옮긴 건데 잘 다녀야지.."

"선생님?"

"왜?"

"저희 여기 다시 다니면 안 돼요?"

"........."

"거긴 공부만 시키고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해요."

"선생님?"

2학년 y였다.

"m도 밑에 있다는데 들어오라고 할까요?"

"들어오라고 해!"

한 달 전에 남매인 b와 m이 공부방을 그만둔 사연은 좀 특이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황당했다. 둘은 이모와 같이 살고 있는데 부모님은 평택에 계셨다. 광중에 집이 있어서 이사를 오고 싶은데 평택에 있는 집이 팔리지가 않아서 작년에 남매만 먼저 오고 부모님은 집이 팔리는 대로 분당으로 이사를 오실 계획이었다.


이모는 성격이 완고했다. 아이들 시험 성적에 관해선 신경질적이었다. 다른 학부모님들도 아이들 성적이 떨어지면 전화로 염려나 성적에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을 하셨지만 센터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는다거나 하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두 남매의 이모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험 성적이 나오고 나면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며칠씩 아이들을 보내지 않았다.


처음 입학 상담을 할 때 공부방은 학원과는 다르며 학원처럼 아이들에게 성적 위주로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설명했다. 그렇지만 매 학기 성적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을 말도 없이 보내지 않더니 지난 중간고사 결과가 나온 뒤 아예 연락이 되지 않았다. 친구들 통해서만 다른데 다니는 것 같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아이들과 관계도 있고 마무리는 잘해야겠기에 평택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지만 아이들이 이모 밑에서 있는 한은 자기도 어쩔 수 없다며 난감해하셨다. 그 뒤 이모에게 몇 차례 더 전화를 했지만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화도 나고 이해가 안 갔다. 여지가 있으면 기다려 보겠지만 연락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냥 아이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저희 여기 다시 다니면 안 돼요?"

"거기는 친구도 없고 재미도 없어요."

나는 아이들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저간의 마음고생과 상황을 말했다. 아이들도 다 알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선생님도 너희들을 다시 받고 싶어. 하지만 이모가 완강하게 나오니 지금은 선생님도 어쩔 수 없다."

"그럼 저희 분당으로 이사 가면 다시 받아 주실 거예요."

남매의 눈빛은 간절했다. b와 m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이모가 바라는 것처럼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 외에는 이곳에서 하는 모든 수업이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냈다. 그래서 b가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말에 더 실망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지금은 이 아이들을 다시 받고 싶다고 해도 이모랑 같이 지내는 한 받을 수도 없다. 이 아이들이 광주로 이사를 가면 그때는 다시 다닐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알 수 있겠지.


2010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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