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전을 부치다
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사진출처-pixabay 오후 5시. 저녁식사 삼십 분 전이다. 주방 안에는 1년 차 1학년 담임 선생님과 1달 된 복지교사 선생님 두 분이서 아이들이 먹을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나는 공부방에 일찍 온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은 가운데 열린 교실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시던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뛰쳐 나오셨다. 여름이 지난 지 한창이지만 선생님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된 시간이었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부추 전 완전 대박이예요.”
선생님의 그 말 한마디에 섬광처럼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지나갔다. 아뿔싸. 나는 책을 집어던지다 시피하며 부리나케 주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젊은 복지교사 선생님이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가스레인지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서 있었다. 선생님은 거의 울듯한 표정이었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프라이팬이 두 개나 놓여 있었고 두 개의 프라이팬 안에는 전인지 범벅인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부추전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급식으로 인한 사건은 가끔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남아 있던 반죽을 보니 너무 묽었다. 밀가루 양도 너무 적었고 계란도 넣지 않은 것 같았다.
“혹시 계란 넣으셨어요?”
“그거 넣어야 해요?”
“급식 선생님은 금방 하시 길래 이것도 쉬울 줄 알았는데. 너무 힘드네요.”
사실 조금 불안하긴 했다. 그렇지만 급식 선생님이 안 오신 뒤로 별 탈 없이 식사 준비를 하셨고 주방이 좁아서 두 사람 이상은 들어가기 힘든 상황이기에 나는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시라고 해놓고 아이들과 같이 독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저희 배고픈데 아직 밥 안됐어요?”
“응. 오늘은 한 십 분만 늦게 먹자.”
저녁 식사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픈지 주방을 기웃거렸다. 일단은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다행히 국과 다른 반찬은 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일단은 배식부터 하고 전은 따로 주도록 하죠?”
공부방 생활 오 연차다. 오 년이면 꽤나 선임에 속한다. 그런 나도 지금 이런 상황이 무척 당황스럽다.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선생님들은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유나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일단은 팔을 걷어 부쳤다. 묽은 반죽에 밀가루 더 넣고 아낌없이 기름 뿌려가며 남은 반죽으로 겨우 부추전을 완성했다.
“헤헤헤. 김인철 선생님이 부친 전이 더 맛있어요?”
“저 전 부치다가 완전 울 뻔했어요.”
“앞으로 전 부치는 것은 선생님이 전담하세요.”
그렇게 다급한 상황을 넘기고 다소 여유를 찾은 선생님들이 농담 삼아 몇 마디씩 건넨다. 그 부추 전 사건 뒤로 각종 전 부치는 담당은 내가 되었다. 그날 그 사건을 목격한 아이들은 종종 선생님들을 놀려 먹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하지만 주방엔 여전히 급식 선생님은 보이지 않는다.
2010년 1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