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크리스마스 전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분당 우리 교회 복지재단에서 센터 아이들이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보내달라고 하셨다. 작년엔 금액이 2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3만 원이었다. 아이들은 평소에 받고 싶었던 선물을 열심히 인터넷으로 찾아다녔다.
"꼭 3만 원 아래로 해야 해요?"
"문화 상품권도 되죠?"
"가능한데, 게임머니로 안 쓰는 조건으로."
좀 더 적극적인 아이들은 아예 받고 싶은 선물 목록 란에 선물을 구매하는 방법까지 적어 놓았다.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두고 분당 우리 교회에서 선물을 찾아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 아이의 선물이 준비되지 않았다. 담당하시는 분이 오늘까지 선물이 오지 않으면 기관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만만찮은 금액인데. 다행히 선물 하나는 등기로 와 있었다. 결국 두 아이의 선물은 오지 않았고 자부담으로 구매를 해야 했다. 아이들은 공부방에 오자마자 자기가 받을 선물을 찾아다녔다.
"선물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오늘 나눠 주는 거 맞죠?"
"아니, 크리스마스 이브날 줄 거야."
"에이!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완전 실망이네요."
신흥동 푸른 학교 성탄 파티는 '나누미' 선생님들이 항상 준비해주신다. 작년에도 케이크와 모자 등 푸짐한 선물과 함께 산타 복장으로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셨다. 올해도 아이들이 먹을 음식과 함께 귀마개 이어폰, 장갑, 케이크를 선물로 준비하셨다. 이런 날은 그동안 얼굴을 보기 힘든 녀석들도 잔뜩 기대를 하고 나타난다. 오기 힘들다는 졸업생들도 막바지 무렵이면 슬그머니 나타난다. 하지만 선물은 한정되어 있기에 모두에게 돌아가지 못한다.
분당 우리 교회에서 보내준 선물은 아이들이 직접 고른 탓인지 대체로 만족한 모습이다. 최신형 mp3, 화장품, 문화 상품권, 고데기 등 다양했다. 한 아이는 특이하게 받고 싶은 선물로 '버스카드'를 신청했다. 다음 주 하루 날 잡아서 선물을 보내주신 분당 우리 교회 후원인들에게 감사편지라도 쓰게 해야겠다.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의 축제는 성황리에 끝났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 시간 홀로 앉아 있다. 공부방은 휑하다. 아이들이 두고 간 선물(장갑) 두 개가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이 너무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다. 그 나이 또래에서 그럴 수도 있다지만 선물이 마음에 안 든다고 대놓고 표를 하는 것 또한 올바른 행동이 아닌데. 내가 민망하다. 공부방 아이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선물을 준비하셨을 후원인들에게 미안하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는 결코 혼자서 보내지 않으련다. 이렇게 특별한 날 누군가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더구나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려고 하는 즈음이라면. 내겐 그 사람이 그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다. 설렘을 가득 안고 막 퇴근하려는데 2학년 s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선생님. 고데기가 동작이 안돼요."
2010년 1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