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비극

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by 김인철
사진출처-pixabay


"이건 정말 비극이에요."

"뭐가?"

"같이 있고 싶은 선생님은 없고 그렇지 않은 선생님은 남아서 맨날 잔소리하는 게"

"그래 비극이다."

"뭐가요?"

"너희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떠나고, 없어도 되는 선생님은 남아서 너희들에게 이런 잔소리를 한다는 게."

"그러니까. 그만두신 선생님 다시 오시라고 하세요."

"왜?"

"그 선생님은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항상 우리 편이었단 말이에요."

"물론 선생님도 잘 알지?"

"그런데요?"

"그런데 그 선생님은 바로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셨거든."

"그러니까 그만두셨죠?"

"정말 그것 때문일까?"

"다른 이유 있어요. 뭔데요?"

"글쎄, 그걸 꼭 설명해야 알아?"

"설명해 주세요.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이미 떠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그리고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너희들 때문이라면....

"그 선생님 다시 오라고 하세요."

"더 큰 비극은 말이야"

"뭔데요?"

"그 선생님은 너희들을 떠났고 선생님은 아직 너희들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럼 선생님도 떠나세요."

진심일까? 지금 이 아이가 0.3초 만에 던진 멘트는 어쩌면 완벽한 진심일 수도. 그럼 나 정말 상처 받겠지. 아마도. 지난번에 내 전화번호를 스팸에 등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근데 말이야."

"뭔데요?"

"선생님은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해서 떠날 수가 없다는 사실, 그게 비극이거든. 선생님은"

그 순간 나를 맹랑하게 노려보던 h의 시선이 잠시 흐트러졌다. 땅으로 떨굴 정도는 아니었지만.

"저도 제가 잘못한 거 안단 말이에요."

"안다고?"

그래요 알아요. 그래도 엄마한테 전화 한건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십분 정도는 기다려 주실 수 없었어요. 왔으니까 왔다고 엄마한테 전화해주세요."

"알았어. 잘 말씀드리도록 할게."

십분 간의 실랑이는 다시 엄마에게 전화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찬바람 쌩~ 불며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맞으면 책임지세요."

"혹시. 멍들면, 파스 사줄게."

"몰라요. 우리 엄마 화나면 나 진짜로 죽어요."

그래도 돌아갈 때는 얼었던 표정이 다소 풀렸다. 그나마 오늘은 이 정도.

휴~


2010년 11월 23일

keyword
이전 07화단순 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