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오빠 전상서
친구 같은 동생
기억나지 않던 옛날이 생각나며 잠시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본다
그때는 엄마가 계셨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켜 놓고
난 지금 그 시간 속으로 잠시나마 들어가 본다
언니, 오빠 전상서
급히 그대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니 그날은 꼭 집에 있도록...
10월 8일 엄마가 서울 상경하신다고 해
집에 있는 건 물론이고 방 청소 해 놓도록... 낄낄
이유는 모르겠어 그냥 반찬 하고. 먹을 거랑. 오빠 옷 사둔 거 있거든 T셔츠.
소포로 부치려다 엄마가 가고 싶은가 봐. 내가 간다니까 볼따귀를 때리려고 하잖아 씨.
다음 주부터는 노는 날이 수두룩, 그다음 날은 우수수..
요즘 내가 살이 이만큼 쪘다. 화나길래 막 먹었더니..
가을은 말이 살찌는 게 아니라 내가 살찌는 날이야.
편지지 이쁘지 가을이잖아 그래서 낙엽을 부치는 거야.
미안하구 애인들이 없는 그대들에게 요딴 걸 부쳐서.
오빠 밥 잘 먹고 있수.
언니 잘 자고 있수. 왜 이딴 걸 묻냐구
하루하루 심심해서. 미안하우다 얼라들을 가지고 놀아서.
어른 글씨 엉망이라고 욕하면 엉덩이솔 이따만한거 나니깐 조심해
편지지가 요거 한 장뿐이라 안녕
언니야
중간고사가 끝났어 그래서 심심하길래 펜대 굴리는 거야
집에 다 잘 있어
언니야 나 요즘 테니스 배우고 치고 있어
부탁하건대 언니마마 테니스라켓 좀 들고 오시와요
힘들겠지만 동생 살 좀 빼자. 혹시 내가 알아 언니 테니스 가르쳐 줄지
그거 치니깐 라켓 놓기가 싫은 거 있지 라켓만 있으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조금씩 칠 거거든.
언니야 꼭 들고 와 다른 건 안 들고 와도 좋은데 그건 꼭 들고 오시와요
만약 안 들고 오면 집에 안 들여보내준다 알았지(협박)
이건 내가 생각했는데 고등 자퇴서 내고 언니 있는데나 들어갈까 고등학교 들어가서 공장가나 중학교 가서 공장가나 에구 내가 맞을 소리 했지 그래 난 맞아 죽어도 싸.
힘들지 힘들어서 어떡혀. 참 엄마랑 합의 봤다
애들 취업 나갈 때 취업은 안되어도 언니 니한테 가서 있어도 된다고
나 옷 사들고 언니한테 갈 테니 나 쫓지 말우. 며칠 전 첨 남방 샀어
엄마가 뭐라 할까 봐 언니 니랑 같이 샀다고 했어 히히
테니스 라켓 갖고 오는 거 잊지 말고 건강하고
혹시 6월 3일 날 올 생각없수. 그냥 물어본 거야 Bye
늘 유쾌하고 걸크러쉬였던 내 동생
지금은 어엿한 자기 사업을 하면서 열심히 잘 살고 있다
언제나 내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동생이 있어
오늘도 즐겁다
엄마가 보면 무척 기특해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