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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고 싶어

봄이 오느라 그랬구나

by 그리여

¿ 라라크루 수요질문(2025. 2. 5.)


나의 봄맞이


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봄을 맞이한다는 게 성급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겨울에 못 다 내린 눈인가! 겨울이 가기 싫어 질척대는 것인가!


여기저기 뒤집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다.

눈은 여기저기 집안을 스캔하느라 바쁘고, 머릿속은 어찌 정리할까 그려보느라 바쁘다.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된 후로는 팔을 쓰는 게 힘이 들어서 참고 또 참고 있는 중이다.

팔이 아파 옷도 겨우 벗으면서 뭘 하려 하냐고 식구들은 말리지만 어느 사이엔가 몸이 먼저 움직이니 아직 죽을 만큼 안 아파서 그런가 보다. 약을 먹으니 조금씩 움직이는 건 문제가 없다.


왜 이맘때만 되면 이렇게 집안을 뒤집고 싶은 건지 참 병이다.

이불을 햇볕에 뽀송뽀송하게 말리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건조기에 돌린다.

만족도는 최상이다. 누가 건조기를 만들었는지 감사할 따름이다.


화장실에는 뭔가 자질구레한 게 많아서 그걸 다 치우고 청소하려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식구별로 샴푸도 두피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니 최소 5개 이상이고, 로션도 향기 취향에 따라 여러 개 놓여 있고, 그 외 클렌징에 필요한 것도 한두 개가 아니니까 이런 것들을 다 치우고 청소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별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리 더딘지

팔이 아파서 살살 화장실을 청소하다 보니 성에 차지 않고 온몸에 힘이 빠진다.

다 하고 나서 봐도 별로 변한 게 없는 듯이 보이는 게 더 약이 오른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소홀히 하고 안 하면 바로 티가 나는 게 문제다.

청소의 기본은 버리는 것이라 했지

기본에 충실하려 이것저것 버리고 싹 정리하면 제법 청소한 티가 팍팍 난다.

아쉽게도 원상 복귀되는 게 너무 빠르다면 빠르달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하고 나면 집이 환해 보여서 좋다.

그래서 안 할 수가 없어 매일 한다.


왜 봄이 올 때쯤이면 이렇게 다 뒤집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가구도 옮기고 싶고, 베란다도 뒤집어서 다시 정리하고 싶고,

낡은 곳 색칠도 하고 싶고, 참 희한하네 봄이 상전이다.

예전 같으면 참지 않고 바로 했을 텐데 지금은 팔이 아픈 관계로 천천히 조금씩 건드리고 있다.


스스로 참 피곤하게 산다.

봄이여 어서 오라

추워서 못 뒤집고 있는 베란다 좀 뒤집게


한 줄 요약 : 대충 살자! 안 뒤집어도 봄은 온다.



#라라크루수요질문

#봄맞이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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