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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

수요질문 : 여행의 이유

by 그리여

여행이라 함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좋은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회사일이 바빴고 부모님들 가족행사를 챙기느라 시간이 없었고, 쉬는 날 계획을 세우면 어김없이 일이 생겨서 어른들을 먼저 챙겨야 했기에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가 기적적으로 어느 해인가 어린이날이 연휴가 길어서 큰맘 먹고 시댁에도 알리고 아이들과 여행을 계획하고 떠났다.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 그런지 준비를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이들과 먹을 것을 준비하고 발 닿는 대로 떠나자! 하고 일단 나섰다.


연휴가 길어서 차가 많이 막혔다

할 수 없이 차 안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고, 아이들이 먹기 불편할까 봐 밥을 비벼서 주먹밥으로 해서 먹였는데, 아이들이 차 안의 불편함에도 아랑곳없이 너무나 맛있게 잘 먹어서 고마웠다.


어찌어찌하여 태안의 바닷가에 도착하였는데, 그때는 숙소를 미리 예약할 줄도 몰랐나 보다

방이 없어 헤매다가 민박을 겨우 잡았다.

방이 길쭉하고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묵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연휴라 가는 곳마다 난리였다.

다음 날 새벽에 인적이 드문 시간! 아이들과 맛소금까지 준비하여 갯벌에 나가서 구멍을 찾으며 조개를 캤다. 멀리서 보면 그림 같은 모습이겠지.

옷이 뻘로 지저분해지도록 깔깔거리며 재밌게 놀았다. 물론 조개는 한 마리도 못 캤다.


다음 코스는 지리산으로 향했다. 늦게 도착하여 배가 고파서 식당을 먼저 찾았는데, 시골이라 그런지 일찍 문을 닫아 저녁 먹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우 열려 있는 닭백숙 집을 들어갔다.

메뉴가 메뉴인지라 1시간 반을 기다렸다.


애들이 배가 고파서 식당 방바닥에 누워서 뒹굴거리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서울 같았으면 금방 나왔을 텐데 빠르고 편한 것은 역시 서울에 다 있나 보다.

결정적으로 맛이 없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이후로 밖에서 닭백숙은 먹지 않기로 했다.


지리산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겨우 숙소를 잡아서 들어갔는데 옆 베란다에서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할 정도로 유혹적이라 애들에게 또 미안하고 속상했다.

못 먹을 상황에서 밖에서 맡는 고기 냄새와 라면 냄새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여행을 떠나게 되면 고기 구워 먹을 것은 꼭 챙겨야 하는 것이 국룰이구나!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여행도 떠나 본 자들이 잘 아는구나!

깊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기도 했다. 웃픈 추억이다.


어렸을 때인데도 아이들은 지금도 그때의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첫 여행은 뭔가 어설프게 끝이 났지만, 그래도 가족이 다 같이 하였기에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가족이 완전체로 여행다운 여행을 간 적이 없었다.

여전히 우리는 시간이 없었고, 뭔가를 계획하면 어그러져서 포기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드디어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대단한 곳을 가는 건 아니지만 가족이 다 같이 한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난 원래 여행 갈 때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다행히 큰딸이 모든 걸 계획하고 숙소 예약에서부터 맛집 찾는 것까지 다 책임을 지고 완벽하게 준비하여 준 덕분에 가족 모두가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그저 우리 가족들이 집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보고 느끼고 같이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여행이 무엇이냐 사전적 의미로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으로 가는 일 이지 않은가


거창하게 계획하고 대단한 곳을 가지 않아도 그저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과 건강함에 감사하면서 떠난다.

쌓인 피로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으려고 가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랄까


한 줄 요약 : 여행이 뭐 별 건가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이유 없이 무조건 가는 것이지!



#수요질문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여행의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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