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된 듯 뿌듯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도 손을 내미는 성격이 아닌지라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밥상 위에 항상 4가지 이상의 김치가 올려졌다.
김장을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보통은 배추 200~300 포기 정도를 했다 우와!!!
그 외에도 다른 김치들이 수두룩 빽빽
삭신이 결리도록 며칠 동안 김장을 했더랬다
'옴마야 세상에나 김치 하다가 죽겠구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남쪽인 친정에서는 김치를 많이 하지 않았다
익은 김치를 싫어하다 보니 굳이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
난 자연스레 김치 담그는 데는 도가 텄다
일주일 두어 번씩 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김치를 보관하려니 냉장고에 넣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김치는 빡빡한 가정경제에 요긴한 반찬으로 자리 잡았기에 놓칠 수 없는 밑반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결심을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계산기 두드려보고 12개월 할부로 사면 그럭저럭 타격 없이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김치저장실 184 리터
김치 실내 용적 124 리터
월간 소비 전력량 월 14.6 kWh
그 당시에는 이것도 큰 것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커서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다가 '가전이 집보다 커지는 거 아니야' 하는 맹꽁이 같은 생각에 실소가 나왔다
커다란 김치냉장고가 주방의 한편에 떡하니 자리 잡았다
'뭘로 다 채우지' 싶을 정도로 컸다
그러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순식간에 김치통이 채워졌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으면 맛이 좀 떨어졌는데
김치냉장고에 두고 먹으니 기가 막히게 맛있었더랬다
김치냉장고를 만든 사람에게 큰 절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갑자기 부자가 된 듯 뿌듯했다 후후
지금도 든든한 나의 보물가전
이사 가거나 자리를 옮기면 망가질 듯하다
오랫동안 나와 같이 한 역사가 있기에 쉽게 보내지는 말자 싶어 소중하게 썼다
물론 아직도 끄떡없다
정 들인 것은 사람이나 사물이나 쉬이 버리지 못하는 나의 성격상
보통은 15년이 넘은 사물들이 우리 집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나의 가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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