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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삶의 일부인 것을

누구도 피할 수 없지

by 그리여

[라라크루 금요문장, '24.12.6.]


1. 오늘 문장


이름과 가죽을 남기는 일 따위가 죽음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80쪽)


2. 내 문장


사라진다

한 사람의 일상이 사라지고 그와 보낼 시간들이 갑자기 소리 없이 사라진다


사라진다

한 사람의 웃음이 사라지고 그와 함께 웃었던 기쁜 순간들이 사라진다


사라진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그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가 사라진다


사라진다

한 사람의 낮과 밤이 사라지고 그와 함께 걷던 낮과 밤의 산책이 사라진다


사라진다

한 사람의 체온이 사라지고 그의 따뜻한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던 따뜻함이 사라진다


정말 사라진 건가

가슴에 남아있는 추억을 버리지 않으면 사라진 것도 사라진 것이 아닌 게 아닐까


죽음도 그저 삶의 일부분인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한다

뜨거웠던 피

들끓었던 열정이 서서히 식어간다


누가 죽음에 의연할 수 있을까

무엇을 남기는지 죽는 자가 어찌 알겠는가

그저 산 자들의 몫일뿐


오늘을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죽음에 의미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냥 사라지는 것인 것을

다시는 보지 못하는 것인 것을


가난해서 죽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마음이 가난해도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결국은 죽는 것이다


죽음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산 자가 붙잡고 있기에 죽어서도 살아 있는 것이지 않을까


내가 살아야 할 날에는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죽음

#죽은자의집청소

#금요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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