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03. 07
지금은 설치류처럼 견과류를 양 볼에 우겨넣고 우걱우걱 씹으며 이 글을 쓰는 중이다.
한 시간 전 트레드밀을 타다 문득 건강 일지를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부터 난 건강, 특히 몸의 건강 증진을 위해 실천 중이다. 현재 담배도 끊었다. 허무하게 끊어진 담배. 운동 끝나고 집에 오던 방금, 담배를 끊기 위해 담배 생각도 즐겨해야지라는 소심한 반항(?)을 머리로 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 운전자가 창을 내리고 담배를 든 왼팔을 턱 걸쳐 내놓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여운이 확 감돌며 어떤 자유로움 같은 정서가 떠올라 한 대 피고 싶어졌다. 운전을 할 때 창 밖으로 담배 든 손을 내놓는 행위는 왠지 금기를 어기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 나에게는 어쩐지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좆까라는 마음으로 피는 담배는 맛이 확실해서 건강이 됐든 시선이 됐든 타인의 기분이 됐든 보는 것만으로 나도 한 대 피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상 금단 증상이었다. 현실은 길빵을 존나 싫어하고 담배를 피더라도 왠지 숨어서 피는 게 내 버릇이다. 담배 찌든 내는 참 역겹다.
아마 21년도였나. 나에게 고혈압 주의가 내려진 게. 지금 내 혈압은 고혈압 1단계 전이다. 평상 시 최고 혈압이 140 근처로 왔다갔다 한다. 애써 무시하며 담배, 커피, 수면 불규칙을 방치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디스크도 '이러면 나 터져?' 신호를 보내왔다. 아 이대로는 안 되는 것인가. 운동을 관둔 건 16년도부터였다. 그 후로 이렇다할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시도는 했지만 꾸준하지 않았다. 담배를 피기 시작한 건 16년도 하반기부터로 기억한다. 커피의 본격적 음용은 아마 13~14년도부터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는 취미는 나에게 생긴 첫 취미라 소중하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멈춘 적이 없다. 또 의식의 삶으로 젊음을 탕진한 대가로 만성 불면증이 있다.
나라는 인간의 생활이란. 깨어있는 구할을 앉아서 보내버리고 마는 이런 인간이란. 허리와 골반과 등, 어깨 그리고 경추를 전혀 돌보지 않는 앉는 인간. 서서 달리라고 번식하고 진화했더니 죙일 앉아서만 보내는 어긋난 인간. 그렇게 약 30년을 보내고 나니 젊음은 가고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나의 건강은 내 삶의 자국이라 순환고리를 만들지 못하면 퇴쇠를 자처하는 자세가 되고 만다.
난 오늘날 인간들의 진정성 스펙트럼으로 젊게 살고 싶다는 삐뚤어진 욕망으로 노화나 죽음을 저속시키려는 게 아니다. 과정이야 같아서 의미있는 차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마음가짐이랄까. 그런 자세가 나에겐 중요하다. 내가 여기는 건강은 죽음 회피보다는 받아들이는 자세에 가깝다. 두려움이니 공포니 그런 게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받아들이는 준비로 나아가는 방향만큼은 사람들의 젊음 찬양과 거리가 멀다. 동안과 자기 관리 미용이 자신이라는 상품의 포장지로 여겨지는 데 어떠한 거부감도 없는 사람들이 사는 이 사회에서 운동과 건강은 참 맛깔나는 가치, 아니 절대 가치다. 늙는 것과 노화를 사람들은 피하고 싶어 한다. 과속과 과열, 과도에는 브레이크나 방지턱을 원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 건강한 건강을, 이런 동어반복이 되려 의미가 되는 상황에서 그 자세를 견지하고 삶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내가 다니는 혤스장은 동 내 구민 헬스장이어서 그런지 노인들이 많고 소위 보여주는 헬스를 하는 젊은 인간들이 아예 없다. 장-노년층과 같은 공간에서 운동을 하다보면 오직 건강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보태지는 것 같다.
현재 건강 목표로 삼은 건 수면과 혈압의 정상화다. 운동하기 전 혈압을 재는 것도 일과가 됐다. 오늘은 맥압이 60을 넘고 말았다. 하하 시발. 수면은 벌써 몇 주째 규칙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다. 치료라는 의식으로 다시 바로 잡아볼 예정이다.
운동은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두번 가다 눈이 와도 가고, 이제는 최소 3번은 간다. 그리고 달리기를 꼭 한다. 원래 운동 입문했을 때 유산소의 즐거움으로 시작했었다. 군대에 있을 때 그랬는데 전역하고도 3년 동안 꾸준히 하다 한 번 놓친 게 이렇게나 크다. 안 하던 유산소니 무릎부터 다리 근육들이 많이 퇴화된 기분이었다. 지금은 3키로 달리기로 일단 꾸준함을 잡아가는 중이다. 아직 15분 언저리다. 원래 11분이었는데 과거에 세팅된 걸로는 택도 없다. 숨은 잘 차지 않고 오히려 다리 근육과 무릎이 문제다. 앉아서만 사니 퇴화는 당연하다. 다행히 이제는 근육이 잡아주고 있어 운동을 이어간다.
어깨의 회전근개 운동도 규칙적으로 한다. 어릴 때는 삼각근 기르겠다고 운동했는데, 이제는 자율신경의 자세 교정과 올바른 근육 성장에 초점이 가 있다. 매일 앉아서 책 보고 스크린 보며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으면 어깨 말리고 경추 펴지고 허리 굽고 그런다. 그 짓을 징그럽게도 오랫동안 했으니 돌려받을 차례다. 담배도 수면도 자세도 근육 퇴화도 모두 내가 빚진 업보라는 생각과 감정이 되려 편안하고 동력이 된다. 빠져나갈 수 없달까, 꼼짝 못한달까, 뭐 그런 '하나'가 된 집중 같은 거다. 젊음으로 탕진한 세월을 내 몸은 이제 없다고 한다. 이전까지 몸을 믿고 살았으니 이제부터 내가 그 믿음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믿음은 의식의 근육이자 체력이다. 단순히 믿기만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믿음을 갖는다는 건 의식의 힘으로 붙드는 일이자 가치의 재조정을 위한 감수 능력, 무엇보다 의식 저편에 뿌리를 둘 수 있는 의지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요, 갖는다고 절로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에게 믿음이 있는지 볼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의 의식의 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힘은 이성이나 합리가 아니고 일종의 생명 원천이다. 한 사람을 믿을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이 자신의 생명원천을 의식으로 끌어올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린다. 인간 불신으로 20년을 살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터득한 기준이다. 아마 이제는 평생 바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최적화가 끝난 영역이다.
올 한 해는 이러한 믿음으로 한번 살아보려 한다. 나 자신을 향한 믿음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쵸프에게서 배운 정신의 뿌리에 그 기반을 둔다. 어디 어떻게 살아지는지 그 임상이 벌써 3달 차다.
먹는 건 이렇게 운용 중이다. 먼저 일어나면 냉동 블루베리(냉장은 아직 내게 사치다), 계란,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두유+귀리 등을 먹는다. 필수로는 계란을 반드시 먹고 계절에 따라 제철 과일을 첨가하기도 한다. 귤+계란은 좋다. 두유는 반드시 매일유업에서 나온 99.9% 두유만 마신 지 벌써 4년 째다. 귀리는 전날 두유에 재워 먹는 게 편해 그렇게 한다. 아침 공복에 절대 정제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다. 이걸 끊고 아침 브레인 포그가 완전 사라졌다. 뭘 먹든 '건강'을 생각하며 맛 따위는 1도 신경쓰지 않는다. 가급적 원재료 그대로 익혀 먹거나 한다. 매일 수행하듯 먹어도 심리적으로 아무렇지 않다. 이유는 여기에 있다. 보상으로 반드시 주전부리를 먹는다. 평생 단 거 존나 많이 먹겠다는 야심으로 식단을 시작했다. 내 입에서 단 걸 끊겠다고? 절대 싫어 차라리 내가 끊어, 하는 유치한 자아로 운용 중이다. 난 어릴 때부터 단 걸 미친듯이 좋아했고, 지금도 취미 중 하나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면 꼼수를 부려 유치한 게 들통나지 않게 교묘하게 흉내내는 걸 스스로에 대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지만... 유치함 앞에 뭔들이다. 평생 당뇨 안 걸리고 단 거 먹을꺼야!!! 하는 마음으로 미리 매 맞듯이 식단을 운용 중이다.
그래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의 소중한 취미인 커피를 내린다. 요근래 불면증 고쳐보려고 커피 이 새끼가 내 잠을 망치나 싶어 디카페인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는데... 맛은 존나게도 없어서 몹시 우울했다. 카페인도 없어 맛도 없어 도대체 왜 있는 걸까 싶은 디카페인... 정말 한약 맛이 난다. 일어나서 커피 마시기를 한 두세시간 안에 해치워도 불면은 소용이 없어 과연 이게 원인일까 의심스러웠다. 여튼 이 커피 타임이 평상 시에 있는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라 이것만큼은 잃고 싶지 않다.... 여기에 맛있는 달달이를 곁든다면...
운동을 하기 전 시절에는 그렇게 저녁까지 있다 정식 끼니를 먹고 그 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나의 식습관이었다. 1일 1.5식이다. 현재는 영양소를 좀 더 신경쓰며 챙기는 중이다. FMD 식단 할 때를 참고해 생들기름으로 오메가3을 챙긴다거나 각종 항산화 음식들을 골고루 챙겨 먹는다. 1인 가구 특징으로 식재료 관리가 참 어렵기 때문에 현재 하나하나 개발 중에 있다. 곰팡이 새끼들한테 뺏긴 내 식재료가 한 무더기일 것이다. 팡이 새끼들.
밥은 잡곡으로 점차 바꾸려고 준비 중이다. 원래는 현미+찰현미+흰쌀+간혹 검은 콩으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요즘은 렌틸콩을 더한다. 저속노화 식단으로 아주 핫하다핫해서 접근도 편하다. 또 한의의 체질 등을 좀 공부해서 나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야 한다. 잡곡에 수수나 보리 조 등 무엇을 첨가할지 아직 미정이다. FMD식단을 하지 않는 기간 동안은 먹고 싶은 거 다 먹는다. 보통은 집에서 다 해 먹는 편이다. 하나 둘 직접 하다보면 할 줄 아는 게 많아진다. 요즘은 채소 찜과 무에 관심이 많다. 귀찮으면 쪄서 먹는 게 재밌다. 근래는 식단에 해조류와 초록 채소를 꾸준히 먹는 걸로 재조정 중이다. 귤 대용으로 오이 고추 먹는 것도 대안 중 하나다. 고기는 할인 뜨면 쟁여뒀다 김찌나 수육, 제육, 간장 조림, 카레 등으로 해먹는다. 갈비찜이나 동파육 같은 건 이제 하도 많이 해봐서 익숙해졌다. 요즘은 안 해본 요리를 해보려고 하는 편이다.
나는 건강을 생각하면 맛이 없어도 꾸역꾸역 잘 먹기 때문에 뭐든 잘 챙겨먹는다. 대신 맛있는 보상을 먹어준다. 식단을 향한 나의 유치함은 단순하다. 내 건강 내가 망치겠다! 다. 몸에 안 좋다는 초가공식품을 먹기 위해 평소에 몸을 위한 음식을 두루 먹는다. 혈당 스파이크로 조지기 위해 평소 혈당 관리를 해놓는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해야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할 수 있다. 이미 몸 망치고는 이런 전략도 무용이다. 갈 때까지 가기 전에 이런 얍삽함을 최대한 누리는 게 나의 식단 목적이다. 얼마 전 쯔유를 사서 모밀 만들어 먹을 생각에 군침 흘리는 중이다...
아마 나의 아비로부터 물려받은 체질이라 생각되는데 아직 지식이 없어 운용을 잘 못하고 있는 게 바로 순환이다. 나의 아비는 침대에 눕거나 잘 때 늘 메랴스 목 아래 부위를 양 손으로 벌려 젖히는 독특한 버릇이 있었다. 한 번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비의 목 아래는 늘 타는 듯이 벌게 있었고, 마치 열을 빼려는 듯 무의식적인 습관이지 않을까 싶은 게 나의 추측이다. 그걸 나도 물려받아서 목 아래, 그러니까 쇄골 부위 중심부터 아래 5cm가량이 살짝 벌겋고 손으로 누르면 더욱 벌개진다. 난 어릴 때부터 열이 많아 늘 찬 걸 좋아했고, 음식도 뜨거운 건 혐오하다싶이 굴었다. 인간들이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매운 것도 '맛'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다. 4체질론으로 보면 소양인이지 않을까 싶은데, 또 8체질론으로 보더라도 목양과 토양이 강한 편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관점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바로 수면 때문이다. 자율신경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어떻게 하면 나의 신경 안정을 생활화 할 수 있을까가 요즘 관건이다.
일단 운동으로 땀을 빼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니라 숨쉬기 급의 일상으로 재배치를 했다. 하루 땀을 빼지 않았다는 생각을 물을 마셔야 한다는 급으로 우선순위를 바꿨다. 손발이 항상 찬 걸 어릴 때는 즐겼는데 족욕을 일상화해 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작년까지 정신의 건강을 위해 일종의 정상화를 했다면 올해부터 몸의 건강을 위하는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술은 애초에 잘 하지 않으니 훨씬 이득인 편이다. 아직도 술을 좋아한다는 걸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한다. 되려 가치박탈을 하면 했지 유야무야 넘기는 것도 잘 안 된다. 심리적으로 단단히 닫혀 있어 다행인 부분이다. 술 만큼은 조금의 틈도 열리지 말고 평생 이렇게 닫힌 채로 살다 가면 좋겠다. 아무리 술 좋아하는 사람을 열등하게 본다할지라도 이건 평생 나의 약점이라 여기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 둘 예정이다. 사실 담배도 나에게 잘 맞는 게 아니였는데(담배가 몸에 맞는 사람이 있을까.. ) 억지로 너무 오래 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렇게 허무하게 끊어진 게 아닐까. 생각으로는 언제든 편의점가서 담배를 사서 핀다는 마음가짐이기 때문에 지금 굳이 안 피는 것이다. 여튼... 수면만 바로 잡으면 이제 생활상 항상성 문제는 완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혈압은 차차 잡혀갈 것이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유산소하고 담배 끊었는데 오히려 진성 고혈압이 된다면 팔자라 생각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