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77화]
*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조건이나 상황을 고려한 대화입니다.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질문자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있는데, 그 분은 저보다 나이가 스무 살 많습니다. 업무는 제가 먼저 시작했고 그 분은 뒤늦게 들어오셨는데도 저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꾸 ‘갑질’ 비슷한 행동을 많이 합니다. 함께 일한지 1년 정도 되었는데 저는 그 동료가 너무나 밉고 싫어요. 다른 팀원들도 모두 싫어해서 거의 왕따 수준입니다. 그래도 제가 유일하게 그 분과 같이 업무를 하는 입장인데요. 같은 업무를 하는 동료로서 하루에도 대화를 수 십 번씩하고, 얼굴도 마주봐야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싫어요. 도대체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괴롭지 않을까요?”
법륜스님 “첫째, 제일 쉬운 방법은 회사를 그만두는 거예요. 직장을 그만두면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되잖아요.” (모두 웃음)
“그럼 이직 준비를 해야 되는데, 그게 너무 막막해서요.”
“그러면 이직하는 게 쉽겠느냐, 그 분과 같이 일하는 게 쉽겠느냐, 둘 중에서 선택을 하세요.”
“가끔 그 분한테 측은지심이 들 때가 있긴 하거든요.”
“측은지심 같은 건 가질 필요가 없어요. 남 걱정하지 마세요. 제 코도 석자인 주제에 무슨 남까지 걱정을 해요? (모두 웃음)
그 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분과 함께 일하는 게 쉬울까요? 아니면 이직을 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해서 적응하는 게 쉬울까요? 이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 분과 같이 일하는 게 더 쉽겠다는 결과가 나오면 같이 일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 그래도 그게 제일 쉬운 길이에요. 이것도 어렵지만 ‘이직하는 것에 비해서는 쉽다’라고 생각하면 훨씬 마음이 놓이지요.
둘째, 이왕 같이 일하는 거 조금 쉽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장을 찾아가서 ‘제가 그 분과 대화가 잘 안 되니까 같이 일하는 게 제 능력에 좀 부칩니다. 팀워크를 위해서 저나 그 분 중 한 명을 부서 이동 시켜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그래서 사장이 ‘오케이. 6개월 후에 옮겨주겠다’고 하면 6개월 정도 지내면 되고, ‘안 된다. 너는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회사 사정으로서는 그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게 필요하다. 나가려면 네가 나가라’고 하면 달리 방법이 없어요. 그 분은 질문자가 피해야 되는 존재가 아니고 어차피 같이 가야 되는 존재가 되는 거예요. 이렇게 점검을 해서 적응해 나가야 됩니다. 참는다든지 미워한다든지 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제가 여기서 이렇게 강연을 하고 있는데 지금 햇빛이 들어온단 말이에요. 눈이 좀 부시지만 햇빛을 좀 받으면서 참으면서 하는 방법이 하나 있고, 조금 뒤로 물러나서 햇빛 없이 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어떻게 무대를 이렇게 설치했느냐?’ 이런 식으로 불평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이번에는 이렇게 하더라도 다음에는 ‘건물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서 무대에 서있는데 눈이 부셔서 불편하더라. 내년에는 좀 햇빛이 덜 드는 시간에 내 강연 시간을 배치해 줘라.’ 이런 식으로 건의를 해서 시간을 조절하든지 가림막을 만들든지 뭔가 개선하는 게 필요하지, 불평이나 불만을 해서는 삶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본인한테도 괴로움만 돼요.
회사를 원망할 일도 아니고, 그 분을 원망할 일도 아니에요. 살다 보니 겪는 일에 대해 어떻게 지혜롭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손자병법에는 ‘삼십육계’라는 방법도 있잖아요. ‘삼십육계’라고 하면 우리는 그걸 ‘도망가라’는 얘기로 이해하는데, 본래의 뜻은 서른여섯 번째 계책, 즉 마지막 계책이라는 뜻이에요. 모든 계책을 다 해 보고도 해결이 안 나서 이제 더 이상 계책이 없다고 할 때 마지막 한 가지 남은 게 뭘까요? 도망가는 겁니다. 꼭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데에 가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직을 하면 되겠지요. 그런데 질문자가 아직 이직할 준비도 안 되어있고, 또 이직한 후에는 여기만큼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월급도 낮아진다면 이직할 게 아니지요. 그 분한테 적응하는 것과 이직 준비하는 것을 딱 비교해 보고 결정을 하면 됩니다.
그 분한테 적응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직 준비하는 건 더 어렵게 느껴진다면 적응을 해야 해요. 같이 지내되 부서를 바꿀 수 있는지 연구해서 건의도 해보고요. 다른 방법이 없고 그 분과 같이 할 수밖에 없다면, 미워하면서 같이 일하는 게 나아요, 예뻐하면서 같이 일하는 게 나아요?”
“예뻐하면서요.”
“그 분이 예쁜 짓을 해서 예뻐하는 게 아니에요. 예뻐하는 게 누구한테 유리하기 때문에 예뻐하는 거예요?”
“저한테요.”
“그러니 그분의 역할이나, 성격, 경력, 나이 등을 고려해서 ‘그럴 수 있겠구나!’하고 그 분을 이해하면 그 분의 행동이 예뻐 보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하는 게 질문자한테 유리한 거예요. 질문자의 인생 중 하루 8시간을 같이 지내는 사람을 계속 문제 삼아서 미워해 봐야 누구만 괴로운 거예요? 본인만 괴로운 거예요. 그건 현명한 게 아니에요. 어리석은 것이에요.
그러니 먼저 방법을 좀 모색해 보세요. 무조건 참고 타인을 배려하라는 게 아니라 좀 영리하게 대응하라는 거예요. 지금처럼 미워하면서 지내게 되는 이유는 질문자가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자기를 좀 더 아름답게 가꾸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같이 지내는 사람을 계속 문제 삼고 미워해 봐야 나만 괴로운 거예요.
그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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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18.10.13.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8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