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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폼폼 Jun 04. 2024

20년, 수영을 하고 긴 세월이 흘렀다

저의 일기를 정리하고 공개합니다 2023년 12월

2023.12.05. 화요일


엥. 벌써 12월이 이만큼 지나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남편을 역까지 바래다주고 집으로 와서 옷을 갈아입었다. 수영에 가기로 했다. 수영강습은 거의 20년만이다. 예전에 J가 수영은 자전거타기처럼 몸이 기억한다고 말했지만, 수영을 멈춘 지 2년만에 나는 다시 맥주병이 되어 있었다. 그때도 못하는 축이었으니, 지금 잘할 거란 기대는 안 한다.


사방을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며 락커룸에 들어가 옷을 벗고, 어깨를 움츠리고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었다. 쭈삣거리며 준비운동을 따라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슬그머니 꼈다. "여기가 1개월차 반이 맞소?"라고 묻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난 너무 수줍었다. 다행히 1개월차 반이 맞았다. 


강사에게 수영장 이용 에티켓을 듣고 물 속 걷기, 음파음파, 파닥파닥, 킥보드와 파닥파닥 등을 수련했다. 오전 10시에 수영을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의 직업은 무엇일까를 궁금해하며. 


집으로 돌아오니 출발 시간으로부터 2시간이 흘렀다. 50분 운동하기 위해, 이동과 준비와 정리에 70분을 쓴다. 전에 배울 때도 생각했지만 시간의 가성비가 정말 별로인 운동이다.

22:19 현재. 오른쪽 귀의 물이 아직도 안 빠졌다.



오래 누워있다가 미뤄뒀던 집안일을 하며 음악을 들었다. 오랜만에 코인노래방에 가고 싶은 기분. 또 오래 누워있다가 미뤄뒀던 집안일을 하며 생각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고르는 것도 일이고, 고심해서 고른 게 꼭 귀엽지도 않다고. 차라리 누가 골라줬으면 좋겠다고. 그러다가 떠오른 게 가챠다. 이모티콘 가챠를 만들면 어떨까. 2500원에 이모티콘이 무작위로 1~3개 나오면 가챠충들이 숨을 헐떡일텐데(...) "거지 같은 게 3개나 나왔어."라고 욕하면서 또 지르겠지. 음. 이모티콘 플러스 서비스가 있으니 안 되겠구나.



커뮤니티 탐독을 하다가 유용한 글을 몇 가지 발견했다. 고마움을 담아 메시지를 남기고 스크랩했다. 댓글을 남겨야 스크랩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뀐 지 꽤 되었다. 업로더를 북돋아주기 위핸 조치겠지만 댓글엔 'ㅅㅋㄹ', '스크랩'이 가득하다. 의도를 좀 생각해주면 좋으련만. 자료를 안 올릴 거면 박수라도 치라고. 공짜박수를 으샤으샤 쳐야 업로더가 더 생긴다고. 



코타츠에 전용 이불을 덮었더니 외롭다. 집에 나 혼자다. 두 마리 다 코타츠 밑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여섯시간 정도 질리지도 않고 들어가있더라. 치워버릴까.



남편에게 저녁 약속이 있어, 저녁으로 혼자 사과와 밤을 먹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며 안 하던 고양이방 청소를 마치고 또 놀다가 시계를 보니 9시 반이다. "왜 집에 오지 않지?"라는고 메시지를 보냈다.



은근슬쩍 후추에게 루틴 하나를 추가했다. 내가 자러가기 전에 "들어가자!"하면 후추와 치즈는 쪼로록 고양이방으로 달려간다. 그러다 가끔 후추가 꾸물거릴 때가 있으면 안아서 들여보냈는데, 요즘엔 "들어가자!"를 외치면서 슬쩍 후추를 안아 올린다. 아주 부드럽고 따끈하고 말랑말랑하다. 이 때의 후추는 무척 기분좋은 골골 소리를 낸다. 고양이방 문 옆의 거울에 우리를 비추어서 후추의 귀여운 얼굴을 확인하고 뽀뽀 해주고 방에 들여보낸다. 반복, 반복하니 "들어가자"를 외치면 나를 흘깃거리며 들어올리기를 기다리는 후추.



50% 할인가 69500원의 핑크 키보드를 살까 백 번 고민하고 안 샀다.



현대로템 주식으로 10만원을 벌었다. 그리고 나는 주식을 살 때처럼 팔 때도 현대로템이 뭐하는 회사인지 몰랐다. 그냥 고마운 회사다. 이제 27번 남았다. 그러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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