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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폼폼 Jan 18. 2022

교사의 동요 : 그 누구보다 나의 인정이 중요한 이유

내가 먼저 인정해줘야 교사도 좋은 직업인 거지

 교사가 되기만 하면 그 후의 인생은 걱정 없이 일사천리일 줄 알았지.

당분간 인생에 걱정, 불안, 불평 등의 단어는 끼어들 틈이 없을 줄 알았다. 나에게도 사회가 심어 준 '교사는 좋은 직업'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었고, 그 인식까지 포함한 여러 이유로 갈망하고 부러워했던 삶을 손에 쥐는 거니까.


 내 기대와 달리 재작년과 작년에는 불만과 불안을 끼고 살았다. 학교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것 같다고 수없이 생각했다. 그 순간들이 모여 급기야 '교사는 내가 원했던 게 아니었나 봐'라는 생각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것에 더 강렬하게 반응하는 편향성이 있다더니, 내 뇌도 보통의 뇌였다. 교사는 내가 원했던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어떠한 자극이 주어지든 무럭무럭 강화되었다. 언뜻 '교사를 그만 두면 어떻게 될까', '명예퇴직은 언제부터 신청 가능한 건가'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동시에, 내가 가지지 못했으나 갈망하는 것들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부러웠다. 예를 들면, 업무에서 재량이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삶, 변화에 대해 열려 있는 집단의 분위기, 많은 월급, 다른 분야에 제약 없이 도전해볼 수 있는 자유로움 등등. 나는 정말 '모든'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때로는 부러움을 넘어 질투하는 마음까지 일었다. 왠지 쪽팔려서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은 적은 없지만, 심지어 동생한테도 그런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은 가졌음에도 가진 것이 아니었다. 가졌더라도 이내 아주 작은 것이 되고 말더라. 안정성, 방학, 워라밸, 복지, 선생님들이 대체로 점잖으시기에 직장 동료와 크게 부딪힐 일 없는 분위기, 원한다면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환경, (본인이 굳이 원하지 않는다면)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더불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삶, 정년 보장, 아이들과 만나는 즐거운 순간, 아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선한 영향력 등등. 이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고, 되려 단점이라 여겨졌다. 인간은 어떤 대상이든 나쁘게 보려면 한없이 나쁘게 볼 수 있고, 좋게 보려면 한없이 좋게 볼 수 있다.


 나는 내 직업을, 그토록 내가 원했던 직업을 최선을 다해 폄하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행복하기는커녕 별거 아닌 삶을 사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자꾸 깎아내려져 가는 내 삶이, 그것도 나로 인해, 남들은 다 좋다고 훌륭하다고 하는데 정작 내게 인정받지 못하고 핀잔만 받던 내 삶은 얼마나 화가 났을까. 문득 화가 잔뜩 묻은 목소리가 내게 질문했다.


"네 삶이 그렇게 별로야?", "네가 가진 게 진짜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넌 교사가 안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 직접 말해봐."


 질문에 그렇다고 맞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아니니까. 문득 왜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하게 하게 된 걸까 생각해보니 한계였던 게 아닌가 싶다. 내 안의 내가 이젠 못 참을 만큼 화가 많이 났었나 보다. 내가 내게 한 일들을 돌이켜보면 화가 많이 났을 법도 하다.


 정신 차리고 일기장을 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열해보았다.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해 먼지가 쌓였을 뿐, 먼지를 털어내 살펴보니 다 충분히 좋은 것들이었다. 내가 사랑할 만한 것들이었는데 무언가에 홀린 듯 그것들을 다 나쁜 것으로 치부하며 무시하고 있었다니.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로 인해 내 자아가 나의 지옥이면, 이 세상 어딜 가든 계속 지옥이라는 말이 나를 스쳤다. 그리고 뻔했던 명제,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는 말도.


 내가 아무리 좋은 것을 가졌다 해도, 나 먼저 그걸 인정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그건 결코 좋은 것이 될 수가 없더라. 마음이 가난한 순간, 나는 정말 가난한 사람이 된다. 그랬던 내가 부끄러워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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