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행복: 선생님이라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순간들
매일 만나는 행복이 내게 주는 힘
아이들과 부대끼며 받는 상처는 처리하기가 어렵다. 철없음으로 무장한 아이가 무심코 툭 던진 말에 상해버리고 만 마음을 표출하는 순간 어른이 아닌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힘이 세다.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교사이기전에 사람인지라 나를 비난하는 말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재간은 없다. 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웃게 만드는 말과 행동에 무력하게 행복감을 느끼고 만다. 교사라는 직업은 참아야 할 일도, 책임져야 할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교사이기 때문에 행복한 순간들이 '확실히' 존재한다.
어떤 직업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정서적으로 힐링된다고 느낄 만한 순간들이 얼마나 있을까. 마음이 따뜻해지고 말랑해지며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기분들. 회사에서 업무를 훌륭히 해내고 성과를 냄으로써 얻는 성취감과 효능감, 함께 따라오는 자랑스러움, 뿌듯함 역시 기쁨을 주고 원동력이 되며 나의 존재 이유를 채워주는 소중한 느낌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지고 말랑해지며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기분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수업 전후로 노트북과 수업 자료를 바리바리 들고 가고 있을 때 "들어드릴까요?"라고 묻는 다정한 아이들, 가끔 손이 모자라 들고 있던 것들을 우당탕 떨어트릴 때 한달음에 달려와 함께 주섬주섬하는 아이들, "혹시 쌤 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을 번쩍번쩍 드는 귀여운 아이들. 대가 없이 나를 순수한 마음으로 돕고 싶어 하는 모습들은 정말 귀중하고 예쁘다. 긴 머리카락을 단발로 싹둑 자르고 출근하던 날 몇 번이고 들어도 질리지 않던 호들갑과 칭찬들, "헐 쌤 머리 잘랐네요? 예뻐요!!"라는 말에 옆에서 다시는 단발로 자르지 말라며 놀리는 말마저 애정 어린 관심임을 안다.
편지 쓰기 대회를 하던 날 뜻밖에 또박또박 써 준 편지들, 그 속에 담긴 "내년에 우리 반 담임쌤 해 주세요."라는 뭉클한 문장. 복도에서 왕 꿈틀이를 야금야금 먹다가 "드실래요?"라며 먹고 있던 꿈틀이를 건네는 마음, <소나기>를 가르치는 목소리에 기운이 없음을 느꼈는지 무심한 척 아프냐고 묻더니 수업을 평소보다 열심히 들어주려고 애쓰는 눈빛들, 내가 건넨 간식과 편지에 세상 누구보다 기뻐하는 해맑은 얼굴, 철없는 누군가가 내게 상처주려 할 때 "야, 쌤한테 왜 그래?"라고 서로를 가르칠 줄 아는 대견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보여주는 성장의 순간들.
이처럼 교사이기 때문에 하루에 몇 번이고 만날 수 있는 예쁜 말과 마음들. 이것들이 지닌 공통점은 마음의 겹이 쌓여 있더라도 잠시나마 그것을 잊게 한다는 것, 다양한 일로 뾰족해져 있던 내 마음의 모서리를 다듬어줄 힘이 있다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 조금은 중요한 존재임이 느껴져 더 잘하고 싶게 만든다는 것.
이러한 느낌을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내게 꾸준히 주어지는 좋은 자극들이 주기적으로 마음을 청소해 주고 있으니, 나는 작년보다 좀 더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작년보다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게 되었으며, 사람이 주는 온기를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매년 이렇게 아이들로 인해 나는 좋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직업을 자랑스레 여기고 사랑하는 중이다. 좋은 자극을 건네주는 아이들도 더 사랑해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