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해보는거야, 그게 무엇이든 괜찮아.
오늘은 무얼할까하고 어제 저녁에 아이들과 이야기해보았지만 정하지 못했다.
끄라비에서 할 만한 것은 온통 물 속이고 첫째아이는 낯선 곳에 와서인지 월경이 끝난 듯 싶지만 다시 하는 이상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정하지 못한채로 아이들은 잠들었고 나는 열심히 알아봤으나 딱히 할만한 것이 없다.
그렇게 오늘 아침이 되었다.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 나눴다.
오늘은 끄라비타운으로 넘어가서 백색사원이라는 곳을 보고 쇼핑을 하기로 했다.
라일레이를 다녀오고 홍섬투어를 하면서 우리는 홍섬이 좋았다.
그래서 내일은 라일레이를, 그 다음날은 홍섬을 다녀오자고 했다.
그럴려면 스노쿨링 마스크와 구명조끼가 필요했다. 해안가에서 조금만 가도 금새 발이 닿지 않았고 셋째에게 구명조끼는 꼭 필요했다. 투어 프로그램을 하면 빌려주니 가능하지만 우리끼리 다니려면 사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보니 오리발을 하는 사람이 있던데 오리발이 필요한지 물으니 둘째가 자기는 오리발은 괜찮은데 지난번 라일레이 갔을 때 어느 외국인이 하는 탁구공으로 하는 배드민턴 같은 것을 사고 싶다고 한다.
그래, 해변에서 하고 놀만한 것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는 모두의 의견을 모았다.
우리가 끄라비타운에서 있다가 아오낭으로 왔는데 아오낭과 끄라비타운의 물가가 정말 딱 두배다.
때마침 백색사원이 끄라비타운에 있으니 백색사원을 보고 쇼핑을 하고 돌아오기로 했다.
첫째가 검색을 해서 알아보니 '보그몰'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으면 될 것 같다고 한다.
나는 그 곳이 우리가 끄라비타운에 있을 때 매일을 지나쳤던 곳이며 우리도 두어번은 들어갔었던 곳인 줄 알았지만 그러자고 한다.
그렇게 느즈막히 그랩을 잡고 '보그몰'로 향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처음에는 그래서 사람이 많은가보다 했는데 유난히 사람이 많다.
그리고 아이들은 머리에 종이 왕관을 쓰고 있고 종이왕관을 쓴 어른도 종종 보인다.
오늘이 무슨 날인 것 같다. 그리고 푸드코트가 있다는 4층에 갔는데 화려하게 꾸민 아이들과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는 듯 보인다. 당연히 우리가 앉을 자리는 없고 사람은 너무 많다.
가장 당황한 것 이곳을 오자고 한 첫째이다.
우선은 우리가 끄라비타운에 묵을 때 이미 여러번 와봤던 곳이라는 것에서 당황하더니 점심을 먹는 것도 어렵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엄마는 보그몰이 여기라는 것을 알았어."
"알았는데 왜 말 안했어?"
"그냥, 여기일 것 같았거든. 그런데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그냥 해보는 거지. 그래도 괜찮아."
나는 어떻게든 먹어보자고 하는데 아이들은 너무 시끄럽다며 우선은 나가자고 한다.
아이들의 의견을 따라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아오낭에서의 물가가 더 높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시 끄라비타운의 물가를 보니 실감이 나면서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다.
다시 온 끄라비타운을 돌아다니며 '여기 내 단골집이다.'라고 말하며 다닌다. 두 번 이용한 세탁방, 두 번 사먹은 길거리카페, 두 번 사먹은 시장 안 과일가게.
두 번만 갔어도 낯선 타국땅에서는 내 단골 같았고, 사장님은 모르지만 나는 반갑다.
단골 길거리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아이들도 제각각 음료를 한 잔씩 들고 우리는 백색사원을 향했다.
백색사원은 태국에 와서 세번째로 가는 사원이다. 아이들은 두번의 사원 경험이 썩 좋지가 않았다. 날은 더운데 너무 많이 걸었던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런데 백색사원은 정말 끄라비타운의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하얀 사원이다. 아주 가볍게 둘러볼 수 있어서 더 좋다.
작은 사원이니 두 바퀴를 둘러보았지만 시간이 남는다. 인근 산책도 하며 닭도 보았는데 마찬가지이다. 근처 의자에 앉아있는데 문득 이 상황이 웃기다.
여행을 와서 시간 떼우기를 하고 있다니. 그런데 이런 시간이 아깝다기보다는 여유롭고 즐겁다.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둘째는 싫다고 하여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타이마사지를, 첫째와 셋째는 발마사지를 받기로 한다.
사실, 첫째는 자신의 발이 더럽다고 하며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한 번 해보라고 권하자 그러겠다고 한다.
나는 침대가 있는 곳으로, 아이 둘은 나와는 분리된 공간에서 마사지가 시작된다.
토요일 한 낮, 손님이라고는 우리뿐이다.
옷을 갈아입고 누워있는데 셋째의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나는 그게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는 간지러워서 그럴거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 조용한 마사지샵에서 퍼지는 웃음소리가 행여나 이 곳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하는 염려인 것이다.
그런데 나를 마사지해주러 오신 분이 나를 보며 환한 웃음을 보이신다.
그리고 태국어이기는 하나 아이들을 마사지해주시는 분도 셋째의 웃음소리에 함께 웃으며 이해해주시는 듯 하다.
사실,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여기 누워서 아이의 이름을 두어번 불러야하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 중 나만 불편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왜 아이를 먼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상황에 아이를 맞추려고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위함일까,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나의 욕심을 위함일까.
시간이 조금 흐르고 아이의 웃음소리는 이내 잦아들었다.
그리고 다시 위치가 바뀌웠는지 다시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자 잦아드는 웃음소리.
아이는 그저 새로운 자극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고, 나는 잠시 기다려주면 될 일이다.
그 잠시라는 시간에 머물지 못하는 나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