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투성이
2024년 5월 15일 진딧물 발견 1일차
오이 잎사귀 아래 면에 검은색의 깨 같은 뭔가가 붙어있는 걸 확인했다.
엄마가 진딧물이라고 했다.
급하게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마요네즈, 소주 등 섞어서 분무기로 뿌리라는 글도 있고 그렇게 하는 거보다 약 뿌리는 게 훨씬 효과 좋다는 블로그를 보고 '유기농 모두 싹 프리미엄' 이라는 제품약을 주문했다.
이때 나는 2가지 실수를 했다.
첫째는 블로그 글을 제대로 안 봤다는 것
둘째는 블로그 글만 보고 진딧물에 대해 더 알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음)
2024년 5월 18일 진딧물 발견 4일차
주문한 진딧물 약을 좀 대충이긴 하지만 계산해서 분무기에 물과 함께 희석했다.
(상품상세에서 오이는 사용량이 250배라고 되어 있는데 물 20L 1말 사용 시 80g의 약을 물에 희석하면 된다고 되어 있었는데 1L가 4g이니까 분무기가 한 0.5~0.8L 정도라 치고 2~3g 탐)
자 이제 약도 있으니까 다 해결될 거라는 믿음으로 밭으로 향했다.
원래 오이 잎사귀 뒷면에만 있었는데 어느새.. 잎사귀 위에까지도 진딧물이 점령하고 있었다.
분무기로 약을 실컷 뿌려 주었다. 일주일 주기로 약을 주라고 되어 있어서 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혹시나 해서 다른 작물(호박, 수박, 참외)도 살펴봤는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얘네들한테는 따로 주지 않고 돌아왔다.
2024년 5월 19일 진딧물 발견 5일차, 약 뿌린 뒤 1일차
약의 효능이 궁금하기도 해서 하루 만에 다시 텃밭에 가보았다.
제일 먼저 오이 상태를 살폈는데.. 음..?!?? 약이 효과가 없는건지 진딧물이 있는 잎사귀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한번 더 살포하고 돌아왔다.
2024년 5월 24일 진딧물 발견 10일차, 약 뿌린지 6일 째
약 뿌리면 다 없어질 줄 알았던 진딧물이... 미친듯이 번식해 있었다!!!
오이에만 있던 진딧물이 이제는 바로 옆에 있던 호박에, 그리고 심지어 다른 이랑에 있던 수박과 참외까지 번져있었다. 오... 마이갓 일단 일단 다시 급하게 약을 타서 다 뿌려 주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진딧물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몸길이 2∼4mm로 소형이며 몸빛깔은 다양함
초목의 줄기·새싹·잎에 모여서 살며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으므로 대부분이 해충으로 분류
알로 월동하고 3월 하순∼4월 상순에 부화하면 간모가 됨
이것은 날개가 없는 암컷이며 다 자라면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새끼를 낳는데 새끼들이 자라면 어미와 똑같은 날개 없는 암컷이 되며 몇 세대를 이렇게 되풀이해 번식하므로 기주식물의 가지가 온통 진딧물로 덮이게 됨
진딧물의 먹이는 식물의 즙액이므로 새끼를 낳기 위한 영양분, 즉 단백질이 부족하고 탄수화물은 과다하므로 남는 당분을 배설물로 배출하는데 이 배설물을 먹으려고 작은 개미, 기생벌, 파리 등이 많이 모임
개미 중에는 진딧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적극적으로 이를 보호하는 것이 있으며, 사과나무에 기생하는 면충을 잡동사니로 터널을 만들어 보호하는 고동털개미 같은 것도 있고 겨울에는 면충의 새끼들이 지하부로 옮겨주기도 함
[네이버 지식백과] 진딧물 [aphid]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어쩐지 파리랑 개미가 많더라니... 그리고 여러 블로그를 보면서 추가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우리 텃밭에는 진딧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환경이었다.
온도 20~25도 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 딱 5월 날씨가 저 정도였음
습도 60% 이상일 때 생존율과 번식률 높아짐 <- 1주일에 2번씩 물 줬고 비도 자주 왔었음...
식물이 밀집되어 있으면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잘 생기고 잘 번져나감 <- 식재 간격 모두 다 짧음 다닥다닥 붙어있음
참외, 수박, 호박, 오이 등의 넝쿨식물에서 잘 발생함 <- 이거 다 심어놓음
2024년 5월 28일 진딧물 발견 14일차
약을 그렇게나 뿌려댔는데 번식력이 얼마나 좋은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 또 참외, 수박 열매는 잘 맺히고 있다. 며칠 뒤 다 떨어져서 문제지만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겠지만 아무래도 진딧물이 체관에서 영양분을 다 흡수해서 열매는 영양분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024년 6월 1일 진딧물 발견 18일차
약을 뿌리면 죽기는 죽는 거 같다. 비닐 위에 깨 같은 것들이 보일 텐데 저게 잎에서 떨어진 진딧물 유해다.
약이 효과는 있지만 진딧물의 번식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참외랑 수박 농사는 망한 것 같다.
진딧물이 창궐해 있는데 오이와 애호박이 잘 자라고 있다.
근데 속이 과연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내가 한 실수 2개는 무엇일까?
진딧물 약 구매하고 뿌린 것도 좋았는데 진딧물 발견한 첫날 오이 잎에서 진딧물을 털어주던가 물로 잘 헹궈 줬었어야 했다. 진딧물이 잎에 접착성 강하게 붙어 있는게 아니라서 물로 씻겨진다는 블로그 글을 보았다. https://blog.naver.com/jangbogo12/223463534929
진딧물 약은 진딧물 발생하기 전에 뿌리는 게 더 효과가 좋기 때문에 오이에서 발견되었을 때 오이에만 뿌리는 게 아니라 넝쿨작물인 수박, 참외, 호박에도 모두 뿌려줬었어야 했다. 예방 차원으로
여러분들은 텃밭이 아니더라도 비닐하우스나 집에서 키우실 때 반드시 온도, 습도 체크하셔서 진딧물 약을 미리 뿌리 시면서 관리하거나 진딧물 발견했을 때 몇개 안되면 꾹 물로 씻어보시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 7월 14일 텃밭에 상태는 어떤지 궁금하실 것 같다.
다행히도 진딧물이 붙어있던 잎과 줄기가 싸~악 죽고 새 잎이 나서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없어지는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