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nddesk Apr 28. 2024

현재를 만든 모든 것의 시작, 텃밭 계약

주말 농부의 시작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면서 부터 그러니까, 작년 겨울부터 엄마는 주말농장이나 텃밭 분양하는 곳이 없는지 2달동안 은은하고 간간히 알아봐달라고 하셨다. 


10년 전쯤 살던 집에 마당이 한 30평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그때 블루베리 나무도 심고 텃밭 국룰인 쌈야채도 심으면서 매일 아침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바로 재배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 하셨었기 때문에 텃밭을 가꾸고 싶다고 하셨다. 

이야기 중에 고추로 고추가루도 빻고 고추장도 직접 만들어 보았다고 하시는데 그 당시 성취감도 느끼셨던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 문구점을 하시긴 했는데 그마저도 짧게 하고 그 뒤부터는 전업주부로만 사셨던 엄마가 생산 활동을 하면서 일상의 큰 원동력을 얻으셨던 것 같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서 열성적으로 알아보지 않았고 미적대고 있었다. 

모종 심고, 잡초 뽑고 물 주고 땡볕에 고생할 것이 그려져서 그럴 바에 사 먹는 게 속 편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엄마 미안��) 

적당히 알아보고 있다고 포탈에 검색해도 안나온다고 핑계를 대며 미적대고 있었다. 



그러다 올해 2월 초, 언제나처럼 엄마와 동네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 근처 버스정류장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도시농부 텃밭 분양]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걸린 텃밭 분양 현수막



평소 주변을 잘 둘러보시는 엄마 눈에 딱 띄어버렸다. 

나는 마감 되었을 거라고 현실부정 했지만 엄마는 어제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거라고 내일 아침에 바로 전화해보라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그 다음날 출근하는 길에 엄마가 텃밭 가격 따지지 말고 일단 1구좌만 먼저 예약을 걸어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오전 9시, 현수막에 출력되어 있던 연락처로 전화를 드렸다. 텃밭 장소도 확인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계약 먼저 진행했다.


텃밭지기 선생님께서 문자로 텃밭 장소를 보내주셨다. 

지금 집은 회사까지 편도 1시간 45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평일에 퇴근하고 텃밭을 보러 갈 수 없었던 나는 주말에 엄마와 함께 텃밭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로부터 몇일 뒤 주말 아침, 부지런히 준비한 우리는 텃밭으로 향했다. 

우리가 운영하게 될 텃밭은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해 있고 그 근처 땅들이 모두 논, 밭이라 나쁘지 않았지만 철교 아래에 있어 특정 시간에는 그림자 때문에 해가 잘 들지 않았다. 

최초 계약했던 텃밭

집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로 가깝긴 했지만 외진 골목을 지나야했고 사람도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편하게 오갈 수가 없었다. 

텃밭 위치를 한번 보고 계약할 걸 그랬나.. 라는 후회를 했다. 



그래도 이미 계약까지 한 마당이니 후회하면 뭐하나 어떻게든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3월 중순에 있을 텃밭 자리 배정 날을 기다렸다. 



몇 주 뒤, 텃밭지기 선생님(텃밭 소유주)으로 부터 텃밭 자리 배정 일자에 관련된 문자를 받았다. 

그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내가 안내 받은 텃밭 이외에 다른 텃밭에 관한 내용도 있어 설마.. 하는 마음에 텃밭지기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보니 다른 위체에도 텃밭을 운영하고 계신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엄마에게 말하니 거기도 한번 살펴보러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빠도 함께 다른 위치에 있는 텃밭으로 정찰을 다녀왔다.

텃밭지기 선생님의 다른 텃밭

최초 계약한 텃밭 보다 집에서 거리상으로는 멀었지만(버스를 타고 내려서 15분 정도 걸어야 함) 이곳을 본 엄마는 여기가 훨씬 마음에 드셨는지 갑자기 욕심을 내며 1구좌 더 추가하고 여기로 텃밭 장소를 바꾸자고 제안하셨다.


아빠는 2구좌면(1구좌에 7평씩) 넓다고 욕심내면 안된다고, 관리하기 힘들거라며 올해는 1구좌만 해보고 내년에 생각해보자고 타이르셨지만 이미 엄마는 14평 땅에 심을 작물을 머릿속뿐만 아니라 육성으로 줄줄 내뱉으시며 행복해하셨다. 


아빠는 엄마를 설득하기를 포기했고, 

나는 텃밭지기 선생님께 연락해 텃밭 장소 변경과 1구좌 추가 의사를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Prologue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텃밭 염탐(?) 다녀온 지 한달하고 며칠이 지난 시점이며 이미 모종도 거의 다 심은 상태이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계기가 바로 텃밭 때문이다. 

진짜 텃밭을 일구게 되었다는 게 실감 나기도 하고,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장기 프로젝트니까 매순간을 기록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TMI

우리 엄마아빠는 10년 전쯤, 집 앞 마당에서 30평 정도 텃밭을 일군 적이 있음

이때 심은 고추로 고춧가루를 빻아 고추장도 만들고 블루베리 나무도 심어서 블루베리도 맛있게 드셨음

아빠가 엄청 힘들어해서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았음                                    

올해 나의 OKR은 나의 동의 없이 엄마가 정해줌
목표(Objective) :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로 가을 김장을 한다                                            
결과(Key Result) : 텃밭 분양 받기 그리고, 김장에 필요한 채소 경작                    

다음 글은 텃밭 자리 배정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