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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새 May 20. 2022

캠핑의 마무리는 우리집 침대

우리가 캠핑을 가는 이유

신기하다. 분명 1박 2일 캠핑인데 다녀오면 2박 3일은 되는 거 같다. 시간은 억만금을 줘도 절대 살 수 없다던데 우린 하루나 더 벌었으니 기뻐할 노릇인데 오묘하게 말린 느낌이다.

오늘도 밤 10시 다돼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남편은 9 시대에 들어왔으니 굉장히 나이스 하다 했다.

'... 나이스...'


손가락 사이사이 양껏 들고 올라온 짐들은 그대로 현관과 거실에 내려놓고 바로 씻는다.

뜨거운 물줄기에 1차 탄성. "아, 좋다 "

익숙한 욕실용품들로 씻고 나의 살 냄새가 흠뻑 나는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풀장에 뛰어들듯, 침대로 풍덩~


2차 탄성 " 아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

우리는 베개와 이불에 온몸을 비비며 아 포근해, 아 부드러워, 아 좋다를 남발한다.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고작 하룻밤 밖에서 자고 와서는 너무 호들갑인 거 같지만

매번 이런다. 이러려고 캠핑을 가나 싶을 정도로...

매번 침대 풀장에 뛰어드는 느낌은 너무너무 좋다. 이 순간을 위해 사서 고생을 했나 싶을 정도로 충만한 포근함이다.


어제 새벽 5시에 시작한 우리 캠핑은 이렇게 오늘 밤 10시에 마무리된다.

이 순간, 침대 풀장까지가 캠핑이다. 

그래서 나는 캠핑이 진심으로 좋다.

돌아와서 우리 집이 너무 아늑하고 좋아지는 거. 우리의 일상이 다시 그리워지는 거.

그건 캠핑의 주요 장점이다. 부가적으로 얻는 기분이 아니라 어쩌면 그 감정을 위해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돌아왔을 때 진심으로 캠핑의 가치를 깨닫는다. 

그리고 또 캠핑이 가고 싶어 진다.


2주에 한 번만 가자고 굳게 약속했다. 한 달에 두 번만. 그것도 힘들다.

캠핑을 가지 않는 주말에는 양가 부모님 댁에 가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집도 청소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주 가는 캠핑을 그리워한다.

자연 속 우리 아지트로 떠날 것을 설레어한다.

그래서 캠핑을 가지 않는 날에도 설렌다.


그리고 난 또다시 동트기 전, 무거운 몸을 일으켜

훈련 같은 캠핑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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