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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새 Mar 03. 2022

교문을 통과하는 아이중 가장 작은 우리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 날

머릿속에는 온통 체크리스트로 뒤범벅이었고, 첫 등교일이니 따순밥 먹이겠다며 압력밥솥이 연신 칙칙칙 대고 있었다. 아이는 아직도 EBS 딩동댕 유치원을 보며 정신이 홀딱 빠져있다. 밥을 먹이고 옷을 내온다. 그래도 입학식인데 너무 입던 옷들 그대로 인가 싶다 가고 편안하고 유난스럽지 않게, 유치원의 연장처럼 느낄 수 있도록 윤치원 등원 준비처럼 입학식을 준비했다.

입학식의 주의사항 등을 아이한테 쉽게 번역하느라 머리 한 부분을 할애한다. 그러면서 나 또한 씻고 준비한다. 겨우겨우 서둘러서 같이 입학하는 앞집 친구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다.


걸어서 오분 거리. 도어 투 도어로 잡아도 10분 내외일듯하다.

불현듯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30분은 한눈팔지 않고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는데... 가방은 어찌나 무거웠는지...

어린 나와 나의 어린 딸이 순간 함께 걸어간다.


교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교문 개방시간을 최소한으로 통제했다)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이 시간은 입학하는 1학년 병아리들만 모일 시간이라.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이 옹기종기 닫힌 교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입학식도 제대로 치러지고 부모들도 아이들 교실도 보고 학교도 한 바퀴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뿐이다.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입학 축하 응원을 나와주셨다. 알록달록한 조화 꽃다발과 작은 선물 꾸러미를 주셨다. 입학식 분위기가 한껏 났다. 생각지 못한 일이라 감사했고 아이도 상기되었다. 


교문이 열렸다. 아이에게 한 번 더 말했다. "이따 끝나고 나오면 엄마 여기 있을 거야! 잘 다녀와~"

사랑해라는 말도, 한번 꽉 안아줘야지라고 했던 계획들도 하나도 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는 금세 친구들과 교문을 통과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서둘러 앞으로 나아갔다.


교문의 철창살 사이로 봐서 더 그랬을까...

순간 멀어지는 아이의 모습이 뭉클했다.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순간 감정이 훅 하고 올라왔다.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들 중 가장 작은 나의 아이는 이제 그들만의 세상으로 들어갔다.

교문을 통과하는 1학년 첫날. 아이들 모두 너무너무 귀엽고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짠하고 안쓰러웠다. 

이제 막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모유 수유하고 기저귀 갈던 게 정말 어제 같은데, 아이는 씩씩하게 엄마 없이 거대한 사회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시작이다. 너의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시절은 습관이 되고 성향이 되어 나를 만들겠지만 기억으로 남기는 어렵다. 반면 부모들은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온전히 기억하고 함께하며 한편으로는 결정하고 소유한다. 그 이쁘고 깜찍했던 어린 시절을 부모들께 선물하고 아이는 이제 자신의 인생을 살아볼 것처럼 엄마 아빠 없는 교문 안으로 씩씩하게 들어갔다.

돌아오는 길이 헛헛하고 썰렁한 마음에 그 아이를 이 세상에 같이 내놓은 공동 생산자와 통화했다.

"기분이 너무 이상했어. 갑자기 너무 뭉클했어, 같이 보면 좋았을걸.."


그런데 돌아와 잠시 숨 돌리고 커피 한잔 하고 컴퓨터를 켜서 아이의 스케줄을 엑셀로 옮겨 시간표를 만들고 있었는데 컴퓨터 시계를 보고 까암짝 놀랐다. 아이를 데리러 가기 10분 전. 헐ㅋㅋ

뭉클했던 촉촉한 마음이 채 마르기도 전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에 가긴 가지만 아주 잠깐 있다가 돌아왔다.ㅎ 1시간 45분. 

오늘은 입학식이라 더 빠르긴 하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유치원에서 즐겁게 있을 수 있는 아이들인데 너무 빨리 집에 보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며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하교하는 교문 또한 장관이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나오는듯했다.

가족들도 서로 자신의 아이들이 언제 나올지 목을 쭉 빼고 교문 안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는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찾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2시간 떨어진 것치곤 격하게 반가웠다. 

너무너무 기특했다.


아이는 재잘재잘 종달새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엄마 너무너무 즐거웠어!"

다행이다. 

오늘 한 것이라곤 가만히 책상에 앉아있었던 것뿐인 거 같지만 그래도 아이는 초 흥분 상태였다.

그림일기에 '너무너무너무너무 설레었다"라고 적었다. 너무를 무려 4번이나, 처음이다ㅎ


아이는 이런 자극적인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해한다. 나도 항상 그랬다.

새 학기초의 스트레스는 어찌 보면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상황이었다. 

초등학교 때 반이 올라갈 때도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 때도 심지어 대학교 입학에도 나는 늘 스트레스보다 흥분과 설렘이 더 컸다. 물론 그러다가 훅 갔다. 그래서 들떠있는 아이를 매우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우려하기는 한다. 


올 줄 몰랐던 나의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마냥 아기 같은데 어느새 자기 등짝보다 큰 가방을 메고 학교에 들어간다.


일생에 한 번뿐인 너의 초등학교 입학을 너무너무 축하해.

그리고 우주만큼 사랑한다 나의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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