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해리 Feb 16. 2020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우리들의 커피 이야기

낮과 밤의 커피,겨울 ① 낮의 커피를 마시며 한 대화


대망의 기획 프로그램, 낮과 밤의 커피가 드디어 오늘 시작되었다. 기록상점 이야기 작업실의 멤버인 서원님과 손을 잡고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재미있게, 그리고 꾸준히 해요.' 우리가 시작하기 전에 한 다짐이다. 서원님과는 작년 12월에 기록상점에서 만났다. 그 때 기록상점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오브제를 촬영해 엽서로 제작해보는 포토 살롱을 진행 중이었다. 커피와 사진을 좋아한다는 원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들의 컵을 모아 연작으로 기록했고, 나는 그 작업이 재미있었다.




커피를

왜 좋아하세요?


이 질문으로 물꼬를 튼 대화는 넘실넘실 이어졌다. 그와 나의 공통점이라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커알못'이다. 섬세한 플레이버의 차이나 전문 용어는 -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커피를 하는 사람들이, 커피를 둘러싼 문화가 좋았고 흥미로웠다. 스톡홀름이랄지, 멜버른이랄지, 도쿄랄지, 여러 도시들의 커피 문화에 대해서 듣고 있노라면 우리의 커피 문화는 뭘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커피를 업으로 하지 않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뭔가, 재미있는 것 같이 해 봐요." 뭐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같이 하고 보자는 약속을 했다. 아무도 함께 하지 않아도, 우리끼리라도, 뭐든 해보자며.




받고, 받고,

낮과 밤의 커피, 겨울편 고!


12월 무렵에 나눈 그 대화로 <낮과 밤의 커피>가 만들어졌다. 기록상점을 베이스 캠프 삼아 연남동과 연희동을누비며 커피를 마시고, 공간을 경험하고, 대화를 나누고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원님은 같은 공간이라도 낮과 밤은 그 분위기가 퍽 다르다며, 그 경험을 함께 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나는 좋다고 받고 우리의 대화들을 기록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무가지의 형태로 배포해도 좋겠다고. 원님은 받고 그렇다면 이걸 시즌마다 만들어 계절마다의 이야기를 기록해 보아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신이 난 우리는 '낮과 밤의 커피, 겨울'을 열었다. 봄과 여름, 가을의 이야기도 기록하자며.




우리만의 커피 문화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삶 속에 커피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그 궁금증과 탐구심에서 시작된
카페투어를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카페라는 공간의 공기,
함께 했던 사람과의 대화와 교감,
그리고 커피 그 주변을 둘러싼 것들.

커피에 대한 사소하지만
따뜻한 기억을 기록하고 잡아두면
우리만의 커피 문화가 되지않을까요?




그리고 첫 날인 오늘. 어제까지만 해도 봄날 같았는데 아침부터 눈송이가 쏟아졌다. 평소 같았으면 '에이, 오늘 프로그램도 있는데 웬 눈이야' 했을텐데, 오늘은 쾌재를 불렀다. '오예, 겨울 테마에 딱이네!' 커피를 좋아하는 여섯 사람이 눈을 빛내며 기록상점에 모였다. 나는 정말 저 눈빛들이 너무 좋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눈빛. 어쩌면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가 저 눈빛들을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종종 생각한다.



출발 전에 원님이 내려준 커피도 한 모금 마시고


각자가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했고 그 지점 또한 재미있었다. 혼자 커피를 내려 마시는 그 순간의 느낌이 좋아서, 정신을 깨우기 위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음료라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흥미로워서, 커피를 매개로 하는 공간을 좋아해서, 등등.




커피로 떠나는

소소한 동네 투어


각자 손에 노트 하나씩, 영감이 될 책 하나씩 들고 떠나는 동네 카페 투어. 기록상점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들떴다. '이거, 여행같잖아!' 신기하다. 매일 오는 공간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지다니. 주제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현장은 매일 다르다.



[낮과 밤의 커피] 투어 코스 01 커피냅로스터스

평택에 양조장을 개조한 공간으로 입소문을 탔던 커피냅로스터스가 연남에 2호점을 냈습니다. 빨간 벽돌로 언덕을 쌓은 듯한 독특한 공간은 맛있는 커피와 더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해외에도 멋진 로스터리가 많지만 우리나라에도 해외 견주어도 전혀 뒤쳐지지않는 커피냅처럼 멋있고, 맛있는 로스터리가 많아지고 있어요.

[낮과 밤의 커피] 투어 코스 02 어나더룸

연남 메인 카페거리가 아닌 조금은 발걸음을 옮겨야 찾아올 수 있는 연남 어나더룸. 커피를 주문하고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커피바를 빙 둘러서 배치되어있는 재미있는 공간 구조. 바리스타분들의 손짓 하나하나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매력적입니다. 오픈된 공간인만큼 커피에 대해 그 어느 곳보다 편하게 소개시켜주시는 바리스타분들의 따스함도 너무 좋습니다. 어나더룸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용하는 원두에도 있는데요, 처음 오픈 후에는 14년 호주 커피 챔피언십 우승자인 강병우 바리스타의 ACOFFEE를, 지금은 홍찬호 바리스타의 Normcore 원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멜버른의 매력적인 로스터리 원두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어나더룸을 꼭 가봐야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요?

[낮과 밤의 커피] 투어 코스 03 Flit Coffee

헬카페와 릴리브에서 일하셨던 바리스타분이 연희동에 작게 터를 마련하셨습니다. 그렇게 크지않은 공간이지만 커피향이 꽉찬 공간은 플릿커피에서의 커피 한 잔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기도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의 벽을 조금은 허물 수 있고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플릿커피를 빼놓을 수 없었어요.

─ 큐레이션 노트, 서원



커피를 주제로 서로가 서로를 인터뷰를 해 볼까. 각자가 촬영한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추어 볼까.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에 연서를 써 볼까. 낮과 밤, 그리고 겨울이라는 시간성에 초점을 맞춰 보는 건 어떨까.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오갔지만, 오늘은 투어를 하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주제들과 만나 보기로 했다.



커피를 처음 마셨던 순간, 우리의 커피 문화에서 공간 경험이 차지하는 비중, 다양성에 대한 욕망, 이 카페에 왔던 순간의 개인적인 기억, 인위성과 진정성의 차이, 자신감, 음악, 쫓기는 상황에서 대처하는 역량, 운영자의 색깔 … 과연 순간마다 재미있는 주제들로 대화를 하게 되더라. 다음 주에는 같은 공간에서 '밤의 커피'를 마시며 또 한 번의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글을 써 보려 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삶에도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