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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리 Mar 09. 2020

막연한 꿈이라도
꾸어야 하는 이유

‘나의 삶에서는 나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나와 많이 달랐다. 불확실한 선택에 ‘하고 싶으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온 몸을 던지곤 했다. 플랜 B는 없었다. ‘그게 왜 하고 싶은데?’라는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거나 논리적인 설명을 하지도 못했다. 그 애는 잇속을 따지거나 계산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앞뒤 생각 않고 그저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


나와 참 다른 그 아이를 정말 좋아했고 또 그래서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몇 년이 훌쩍 흘렀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접한 소식으로 그 아이가 꾸던 구름같던 꿈이 단단한 현실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이미 멀어진 친구이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그 아이가 만들어 온 삶의 모양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을 꼭 닮아 있어 좀 이상하지만, 기특한 마음마저 들었다. ‘너 해냈구나!’ 하는 마음.


‘나의 삶에서는 나의 선택만이 정답이다’라는 문장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도 그랬다. ‘네가 너인 것에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다’고. 지금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꿈일지라도, 내가 나를 믿어준다면 오래 걸릴지라도 현실이 된다. 생각은 방향을 만드는 법이다. 나의 삶에서도 늘 그랬다. ‘우리 언제 같이 무언가 해요.’라고 진심으로 말하면 그 현장은 언젠가 꼭 만들어졌다. 1년이 걸리든, 5년이 걸리든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꿈이 꼭 원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때로는 꿈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의미가 부어되어 있는 것 같다고도 느낀다. 그냥 막연하게 ‘나 이런 것 해 보고 싶다’는 그 감정 자체가 꿈이다. 다만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봐 주고, 조금 더 구체적인 문장으로 길어올려 마음 속 서랍에 넣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 문장들이 선택의 순간에 나침반이 되어 주니까.


우리의 하루는 더디고 지난하다. 이야기가 쌓이는 과정은 어찌나 느리고 지루한지. 가끔은 내 일상이 많이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내 삶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해내야 할 숙제가 아닌 스스로의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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