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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30. 2016

괴테의 <파우스트>와 누드크로키

희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론이다. -Ernst Bloch-


제목만 익숙했던 괴테의 파우스트를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다.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현대 인간의 성숙과 자유로운 삶에 대한 고민에 나도 함께 빠져들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누드 크로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완전한 삶을 꿈꾸었던 인간 파우스트의 좌절과 근심을 그림에 담았다. 



인간이란 다리 긴 메뚜기처럼 나는 듯하다가 팔짝팔짝 뛰면서 늘 풀숲에 처 박혀 케케묵은 옛 노래나 불러대는 족속이죠. 항상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형편없이 조악할 뿐이죠.


파우스트를 아는가?

그 박사 말입니까? 

나의 종일세!




















아아, 내 안에는 두 가지 영혼이 살고 있어서 한 영혼이 다른 영혼과 떨어지려고 한다네. 한 영혼은 저속한 욕정에 빠져 이 세상에 집착하려 하고, 다른 하나는 이 티끌 같은 세상으로부터 힘차게 솟아올라 귀한 선조들의 영역으로 날아가고자 한다네. 


아아! 이 마음 간절해도 더 이상 만족감이 솟아나지 않는구나. 그러나 왜 삶의 강물은 그리도 빨리 메말라 우리를 다시 갈증에 허덕이게 하는가?
















아아! 정말 아름다운 소녀로다! 저런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예의 바르고 정숙한 데다가 약간 새침하기도 하구나. 빨간 입술, 해맑은 뺨 이 세상에 사는 한, 그녀를 잊지 못하겠다! 두 눈 살며시 내리감는 모습, 내 가슴 깊이 아로새겨지는구나. 살짝 뿌리치는 그 모습, 정말 날 황홀하게 만드는구나!












저건 사랑하는 손길로 감겨주지 못한 죽은 여인의 눈동자야. 저건 그레트헨이 내게 바친 젖가슴이요, 내가 탐닉했던 달콤한 육체로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나는 저 시선을 피할 수가 없구나. 어쩌면 저 아리따운 목덜미를 한 올의 붉은 끈만으로 장식했을까? 칼등보다도 넓지 않은 끈으로 말이다.


하나님, 심판해주소서! 저를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아버지여! 절 구원하소서! 천사들이여 그대들 성스러운 무리여! 절 에워싸고 지켜주소서. 하인리히! 전 당신이 무서워요. 









내게 아직 두 눈이 있는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름다움의 샘물, 철철 넘쳐나는 게 보이는가? 나는 무서운 여행길에서 가장 축복받은 선물을 가져왔구나. 지금껏 세계는 얼마나 보잘것없고 폐쇄되어 있었던가. 하지만 내가 사제가 된 이후로 어떻게 변했는가? 비로소 바람직한 것, 근본이 있고 영속적인 것이 되었다. 만일 내가 그대와 다시 떨어진다면, 내 생명의 숨결이 사라져도 좋다. 그대야말로 내 모든 힘의 충동을, 정열의 정수를, 동경, 사랑, 숭배, 광신을 바쳐야 할 상대일진저.

















여인의 아름다움이란 별것이 아니오. 자칫하면 굳어 버린 모습이 되기 쉽지. 찬양할 만한 미의 속성이란 오로지 삶을 즐기는 데에서 솟아나는 것이오. 아름다움이란 자기도취에 빠지기 쉬운데, 우아한 아름다움이라야 정말로 거역할 수 없는 것이지. 내가 태워다 주었던 헬레나처럼.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는 자, 그런 사람을 저는 좋아해요.















이 지상에는 아직도 위대한 일을 할 여지가 남아있어. 놀랄만한 일을 해내야 해. 과감히 노력하고픈 힘이 느껴지네. 지배권을 획득하는 거다! 소유권도! 행위가 전부다. 명성은 허무한 것이다. 파도는 멈췄다가 다시 구르면서 당당히 도달했던 목표에서 멀어져 가는 거야. 시간이 되면 이 유희를 또 되풀이하는 거지. 









저 언덕 위의 노인들을 몰아내고 보리수 그늘을 내 자리로 삼고 싶다. 내가 갖지 못한 저 몇 그루의 나무들이 세계를 차지한 보람을 망치고 있구나.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의 고통 중에서 가장 혹독한 것이다. 저 종소리와 보리수 향기가 교회와 무덤 속인 양 나를 휩싸는구나. 















나는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주는 것이니, 비록 안전치 않으나 행동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땅을. 밖에서는 파도가 미친 듯 제방 언저리까지 밀어닥쳐도, 여기 이 안은 천국 같은 땅이 되리니, 거칠게 뚫고 들어오려는 파도가 제방을 갉아먹으면 갈라진 틈을 메우려고 모두가 서둘러 달려 나올 것이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위험에 둘러싸여 이렇게 아이, 어른, 노인 모두가 값진 나날을 보낼 것이니 이러한 붐빔을 보면서 나는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도다. 그러한 순간을 위해 나는 말할 수 있으리.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 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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