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4 수상 소감
저번 주에 전 회사 동기의 결혼식에 갔었습니다.
가기 전에 잠깐 고민했습니다. 어색한 얼굴들을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아직도 한국 안 떠났냐고 뭐 하고 있냐는 말을 듣지는 않을까 같은 걱정이 머리 속에 퐁퐁 떠올랐습니다.
다행히 수많은 하객들 얼굴 사이에서 아는 얼굴을 쉽게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등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유진아!'
이제 예전만큼 자주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이렇게 결혼식 때나 반갑게 만나는 사이이지만 동기는 동기입니다. 5년 전 연수원에서 몇 주동안 같이 밥 먹고 지냈던 정이 우리를 살갑게 이어줍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했습니다. 익숙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서로의 과거를 살짝살짝 들추며 즐겁게 웃었습니다.
작년 6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겉으로는 여유롭지만 내면은 참 피곤하게 살았습니다. 수많은 물음표를 일일이 꼬집어보고 지내느라 혼자만의 세계에 푹 빠져 있었지만 사람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원체 불안감 앞에서는 양초의 불빛처럼 쉽게 흔들리는지라 사람들이 무심결에 던지는 한마디에 상처 입고 싶지 않아 의도적으로 관계 맺음을 피했지만 그만큼 좋은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제 글이 책으로 나와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이 있었습니다.
'정유진'이라는 산이 있다면 정상에 오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겠죠. 지금까지는 '출신, 학교, 직장'의 잘 포장된 길을 사람들이 자주 이용했다면 이제는 제 글과 그림을 통해 저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 길을 더 아름답고 시원하게 꾸며놓아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제 얘기를 시작했을 때는 제 그림을 자랑하고 싶다거나 저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구별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출발선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손잡고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이 조금 밝아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더 따뜻한 글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