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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읓 May 01. 2023

스이 우누카란 로, 니부타니 코탄 (7)

나중에 또 봐요, 니부타니 마을 

마츠자키 상점에서 산 메론빵.

니부타니 코탄 주변엔 편의점은 없고 간판 없는 구멍가게 하나가 달랑 있었다. 구글 지도를 보자 마츠자키 상점松崎商店이라고 쓰여 있었다. 안을 슬며시 들여다보니 최소한의 전구가 어둑어둑한 가게 안을 밝히고 있었다. 문을 닫지는 않은 듯했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차량들이 이곳에 잠시 멈춰 자판기에서 음료나 담배 따위를 사갔다. 

미닫이문을 열고 조심스레 들어가자, 벽에는 굉장히 옛날 느낌 나는 포스터가 시선을 끌었다. 소박한 철제 진열대는 언뜻 한국 어느 시골의 오래된 상회를 떠오르게 했다. 매대가 듬성듬성했지만 물건은 편의점 못지않았고, 가격도 편의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야마자키-일본의 유명한 제빵 회사-라고 쓰인 바구니에서 메론빵을 하나 꺼냈다. 122엔. 가격표도 친절하게 붙어 있었다. 일 엔 하나까지 정확히 떨어지게 계산하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 포장지를 뜯었다. 메론빵은 특별히 맛있었다. 

오후 4시 6분, 시간표에 적힌 시각대로 버스는 자료관 앞에 도착했다. 토미카와 방면으로 가는 막차였다. 버스는 여유 있게 멈춰서 승객을 태웠다. 

버스는 다시 황량한 길을 지났다. 비라토리를 빠져나오는 동안은 아이누어 안내방송이 함께 나왔다. 또렷하게 들리진 않았지만 그 음성은 분명 아이누어였던 것 같다. 

일본공산당 토미카와 지부. 버스에서 내리자 주변에 있었다.

토마코마이 방면으로 환승하기 위해 토미카와 시가이富川市街에서 내렸다. 다음 버스가 오기까진 몇십 분은 남았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어갔다. 번듯한 편의점에 온 것만으로도 편안한 기분이었다. 옆에는 드럭 스토어도 있어서 물건 구경을 하며 잠시 시간을 때웠다. 

5시 10분, 토마코마이 역 앞으로 가는 막차가 도착했다. 나를 태운 버스는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종점까지 달렸다. 숙소로 바로 가지 않고 어제처럼 다시 메가 돈키호테에 갔다. 초밥 코너에서 직원이 마감세일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들기 시작했다. 모두 반값이었다. 내일 토마코마이를 떠나야 한단 생각에 어제보다 더 알찬 초밥 세트를 샀다. 연어알 군함이 3개나 들어 있었다. 이런 초밥을 언제 이렇게 또 먹어볼 수 있을까? 토마코마이에서의 마지막 밤은 초밥을 원 없이 먹은 것 같다. 내일은 고대하던 우포포이 박물관을 가기 위해 시라오이로, 그리고 삿포로로 가는 날이었다. 

자칫하면 고립될 수도 있었던 비라토리에서 무사히 숙소까지 귀환해 뿌듯했다. 꽤 길게 보낸 하루가 상대적으로 금방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다음에도 갈 수 있다면 카야노 씨의 자료관을 관람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가는 길이 어려웠던 만큼 다른 교통편으로 방문하고 싶다. 


[니부타니 자료관 앞에서 다시 토마코마이로 돌아오는 경로]

오후 4:06 시료칸마에 資料館前 (자료관 앞) 앞에서 막차 탑승

道南버스 토미카와 고교-비라토리-장내안내소-히다카터미널 (토미카와 고교 앞 행), 28분가량 소요, 730엔 


오후 5:11 토미카와 시가이 富川市街 (토미카와 거리) 앞에서 하차 후 환승

道南버스 시즈나이-토마코마이 (토마코마이 역 앞 행), 1시간 12분가량 소요, 850엔





2023.04.04 가다

2023.04.16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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