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아이누 민족 박물관
■입장료
성인 1,200엔
고등학생 600엔
중학생 이하 무료
■개관시간
오전 09:00~오후 18:00
■휴관일
월요일, 연말연시
우포포이는 아이누어로 "(많은 사람이) 노래를 부른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민족공생 공원과 민족박물관, 위령 시설이 있는 거대한 공간이다.
관광안내소인 포로토 민타라를 지나고, 마츠우라 타케시로의 비석을 지나 몇 분쯤 걷자 우포포이의 입구가 나왔다. 듣던 대로 주차장부터 규모는 굉장히 컸다. 숲 속 풍경을 벽에 새긴 "초대의 회랑 칸칸"을 지나가는 동안, 악기 소리가 함께 울리며 신비로움을 더했다. 캐리어 끄는 소리에 조금 묻힌 건 아쉽지만… 아이누 전통 현악기인 톤코리(tonkori, トンコリ)의 음색이었던 것 같다.
회랑을 지나자 "우웨란카랍 민타라"라는 환영 광장이 나왔다. 광장에는 기념품 숍이나 식당, 카페가 마련돼 있었다. 식당에서는 아이누의 전통 요리 정식을 팔고 있었다.
매표소로 들어가는 길목은 우포포이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투렙퐁(トゥレッポん)이 반겼다. 언뜻 양파처럼 생긴 투렙퐁은, 홋카이도와 혼슈 중부 이북 쪽에서 자라는 백합과의 식물인 오오우바유리(大姥百合)가 모티브이다. 일본어 명칭인 오오우바유리를 아이누어로는 투렙(turep, トゥレㇷ゚)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이누한텐 이 식물의 뿌리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할 정도로 친숙한 식재료지만, 한국에서는 자생하지 않기에 꽤 생소한 모티브였다.
매표소 앞으로 가자, 직원이 짐을 오른쪽 건물 안내 센터의 물품보관소에 맡길 수 있다고 안내했다. 보관함 이용료는 500엔이었다. 약 한국 돈 5,000원. 여기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캐리어를 집어넣었다. 굉장히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입장료도 결코 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짐을 맡기곤 매표 기계에서 1,200엔(약 한국 돈 12,000원)을 주고 표를 발권했다. 드디어 우포포이에 입장하자 직원이 곧 체험 교류 홀인 우에카리 치세에서 민속공연을 한다고 했다. 한 번쯤 보고 싶었던 아이누의 전통 예능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였다. 교류관의 안내소에서 표를 뽑고 대기하자 곧 입장하기 시작했다.
내부는 촬영이 불가했다. 공연하는 분들은 모두 아이누 사람들이었다. 아이누 민족에 대한 설명을 필두로, 자신들이 입고 나온 전통의상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자신들도 평상시에는 여러분과 같은 일상복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당연하지만 아이누도 우리처럼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한테는 같은 현대를 살아감에도 주류 민족이 아닌 다음엔,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것처럼 전통복장을 입고 옛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소수민족을 생각해 버리는 건 아닐까. 실제론 그렇지 않은 소수민족들이 대부분인데도.
다양한 전통 예능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지고, 공연장을 나오자 전통악기 연주가 있다며 사람들을 따라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체험 학습관인 야이하녹카라 치세였다. 공연장보단 강연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곳에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샀던 아이누의 전통 구금악기인 묵쿠리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금속으로 만든 묵쿠리는 소리가 더 독특했고, 이어서 현악기인 톤코리 연주도 있었다. 톤코리는 마치 가야금처럼 기다랗고 비파처럼 안아서 현을 튕겼다. 음은 꼭 묵직한 하프와 비슷한 소리가 났다.
공연과 연주까지 모두 관람한 후에야 박물관을 견학할 수 있었다. 1층은 기념품 숍으로 조성돼 있었다.
박물관은 넓고 세련되고 쾌적하게 잘 조성돼 있었다. 아이누 말로 얘기하자면 그야말로 피리카(아름다운, 좋은)였다. 전시실 내에서는 전통의복, 생활양식, 의식에 쓰이는 도구 등 아이누의 역사와 문화를 풍부하고 명료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아이누어를 기록한 옛 문서들 중엔 아이누의 구비전승을 글로 기록한 치리 유키에知里幸恵(1903~1922)의 자필 노트, 19세기에 쓰인 아이누어 문법서, 화인에게의 호소문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의 제1언어는 아이누어로, 많은 설명을 아이누어로 만날 수 있었다. 경험상 단어 정도는 쉽게 접할 수 있어도 아이누어를 긴 문장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듯하다. 또 한국어와 중국어로도 설명이 병기돼 있었다. 한국어와 비슷한 어순을 갖고 있는 아이누어를 함께 대조해 보며 읽어보는 재미도 있겠다. 그중 하나를 가져오면 이렇다.
■아이누어
이탁 아낙네 신릿 우타라 오로 와 아이코렙 네 와 이케시코로 페 네 루웨 네. 코로카 아이누 이탁 아낙네 메이지(明治) 오카케 와노 안 시삼 푸리 키야라 이렌카 아니 우웨에팍타 소모 아에이완케 와 아이삼카 코로 안 아이네, 2009파 타 유네스코 오로 와 "타네 시삼 코로 안 노이네 시리 안 이탁" 오로 아오마레 루웨 네. 타네 아낙네, 우코야이호놋카 네 야 아이누 이탁 에시놋 네 야 키 파 코로, 코로 이탁 칸나 스이 야이카타 에이소이탁 에아시카이 쿠니 아리키키 파 우타라 오야코약 타 포론노 안.
집필자: 세키네 마야関根摩耶, 사루 지방 방언
■한국어
언어는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누어는 19세기 중반 이후, 화인(일본인)의 동화정책으로 생활 속에서 사라져 갔고, 그 결과 2009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소멸위기언어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는 학습 모임이나 아이누어 연극 등을 통해 우리의 언어를 다시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각지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따라 읽으면 일본어와는 다른 별개의 언어임을 알 수 있다. 고립어의 일종인 아이누어는 한국어, 일본어와 비슷한 주어-목적어-동사의 어순을 갖고 있지만 문법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일본어의 가타카나로 표기하면서도, 일본어에 없는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특수한 가나 문자를 쓰기도 한다. ト゚(tu), ㇰ(-k), ㇷ゚(-p), ㇵ(-h)와 같은 소문자 가타카나가 그 용례가 되겠다. 하지만 일본어 자판에 없기 때문에 일상적으로는 제대로 쓰이지 않는 듯하다.
아이누의 의례복도 전시돼 있었다. 남성복의 화려한 자수와 어깨에 찬 검 에무시(emus, エムㇱ)가 특별히 근사했다. 여성복은 옷 전체를 문양으로 장식해 더 화려했고 큼지막한 구슬을 단 목걸이 타마사이가 시선을 끌었다. 이외에도 니부타니의 박물관에서 본 것처럼 다양한 전통의복이 전시돼 있었는데, 실제 유물보단 대개 현대의 아이누 사람들이 제작한 의복인 듯했다.
2023.04.05 가다
2023.04.17 쓰다